인도네시아 태국의 금융위기가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 직전으로 치달으면서 두 나라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90년대 들어 두 나라는 전자 건설 경공업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진출했던 황금시장. ▼전기전자 화학〓LG전자가 전액출자한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 ‘LGEAE’는 지난해 루피아화가 300% 이상 절하되면서 이미 3천5백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한국에서 수입하는 부품 가격이 두배 이상 올랐기 때문. 현지법인 관계자는 “이 상태가 지속되면 철수가 불가피하다”며 “본부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인도네시아에 VCR와 냉장고, 태국에 컬러TV 세탁기 공장을 가동중.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루피아화로 결제하던 것을 되도록 달러로 바꿔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고 밝혔다. 지난해말 생산규모를 20% 축소한 데 이어 곧 생산규모를 절반 수준으로 낮출 계획. ▼자동차〓기아자동차의 인도네시아 국민차 투자액은 3억2천만달러. 9월 완공예정이다. 인도네시아 국책은행이 대부분 채무지급을 보증했으나 모라토리엄이 선언되면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진다. 기아자동차는 국내에서 제작해 납품하는 설비대금 8천만달러를 고무 등 현물로 받는 방안을 마련중이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하반기 인도네시아 합작공장 기공식을 갖고 공장부지까지 정지작업을 마쳤으나 최근 외환위기로 관망중이다. ▼건설〓인도네시아와 태국에 진출한 현대 쌍용 등 건설업체들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 해외건설협회는 “작년 해외건설 수주액 1백40억3천만달러중 인도네시아와 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3%에 달했다”며 “모라토리엄이 발생하면 국내업체들은 엄청난 자금난에 시달릴 것”이라고 걱정했다. ▼무역업체〓한국은 작년 두 나라에 석유화학 자동차 반도체 등 약 60억달러를 수출했다. 그러나 통화가치가 폭락하면서 현지 수입신용장 개설이 거의 중단되고 수출계약 파기가 잇따라 올 수출은 크게 줄어들 전망. 작년 두 나라에 4억달러 어치를 수출한 삼성물산 관계자는 “모라토리엄이 선언되면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영이·박래정·박현진·황재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