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보장이 확실하다고 해서 ‘철밥통’이라고 불리는 공무원에 대한 정리해고는 가능할까. 최근 정부조직 축소작업이 진행되면서 공무원들은 내심 불안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공무원은 헌법상 신분보장이 되어있는데…’라며 공무원에 대한 정리해고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도 사실. 게다가 80년 신군부에 의한 공무원 숙정이 대부분 위헌으로 처리돼 복권됐다는 것도 이들의 불안을 달래주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기대와는 달리 현재 국가공무원법의 규정만으로도 ‘공무원 정리해고’는 가능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국가공무원법 제70조는 ‘직제와 정원의 개폐 또는 예산의 감소 등에 의하여 폐직 또는 감원되었을 때 임용권자는 직권으로 공무원을 면직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처가 통폐합돼 공무원의 자리와 예산이 함께 없어진다면 공무원 정리해고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지 않더라도 공무원수를 줄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공무원은 형을 선고받는 등 법에 정한 사유에 의하지 않고는 면직되지 않는다’는 신분보장 규정도 1급 이상 공무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법에 명시돼 있다. 이 규정에 따라 각 부처 장차관 등 정무직은 물론 전국적으로 수백명에 달하는 1급 공무원도 합법적인 ‘정리해고 대상’이 된다는 것. 이석연(李石淵)변호사는 “헌법 제7조에 공무원 신분은 법률로 보장한다고 규정한 것은 근로자의 근로권을 헌법상 보장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그동안 공무원을 ‘정리해고’하지 않은 것은 기구가 통폐합되더라도 다른 공무원의 자리가 여전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조원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