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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국제그룹의 「허망」

입력 | 1998-01-11 21:20:00


85년 전두환(全斗煥)정권의 강제해체 결정으로 공중분해된 국제그룹. 당시 국제그룹 총수였던 양정모(梁正模)전회장과 그의 ‘충신’들은 10년이 넘도록 그룹복원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룹 해체 당시 알짜회사였던 신한종금과 동서증권을 되찾기 위해 소송을 벌여 일부는 거의 승소단계까지 갔었다. 그러나 그 노력이 다시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두 회사 모두 경제사정 악화와 새주인의 방만한 경영으로 업무정지와 부도사태에 놓여 있기 때문. 국제그룹 복원 노력이 첫 결실을 얻은 것은 93년 7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당시 헌재는 국제그룹 해체결정이 헌법에 보장된 자유시장 경제원칙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결정을 근거로 그룹 복원본부는 빼앗긴 계열사를 되찾기 위해 96년12월 동서증권과 신한종금 주식에 대한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해체 당시 양전회장은 동서증권 주식 45%와 신한종금 주식 37%를 갖고 있었다. 해체 이후 동서증권은 제일은행에 넘어갔다가 극동건설 그룹에 헐값에 팔렸다. 신한종금 역시 제일은행을 거쳐 양전회장의 사돈인 김종호(金鍾浩)회장 부자에게 넘어갔다. 신한종금 소송과 관련해 검찰은 지난해 2월 김회장을 횡령혐의로 기소함으로써 소송은 일단 양전회장에게 유리하게 진행됐다. 네차례에 걸친 동서증권 반환소송 역시 뜻대로 잘 풀려나가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연말 동서증권과 신한종금이 갑작스런 부도를 맞고 업무정지를 당했다. 복원본부의 김상준(金相俊)대표는 “정치권력이 기업경영에 부당하게 개입한 결과가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국제그룹의 운명이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