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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진달래꽃 필때까지」,체제비판 뒷전 선정성 지나쳐

입력 | 1998-01-12 08:45:00


무엇을 위한 드라마인가. 귀순한 북한 무용수 신영희씨의 탈출기를 극화한 KBS2TV 월화 특집드라마 ‘진달래꽃 필때까지’를 보며 갖게 되는 의문이다. 이 드라마는 북한의 KBS 폭파위협에 ‘힘입어’ 일단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지난주 1,2회 방송분은 16∼21%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의 돛을 올렸다. 또 북한무용 공연장면을 자막으로 해설하고 실제 북한음악을 사용하는 등 충실한 재현을 위해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북에서 온 사람들’의 눈에 비친 ‘진달래꽃 필때까지’는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나는 부실 드라마다. 북한에서 연극연출을 했던 김대호씨(94년4월 귀순)는 “한마디로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드라마에서처럼 북한 예술인들이 그렇게 유치하지만은 않다. 북한은 그 체제와 권력층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보통 사람들은 여기나 똑같다”며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이질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드라마가 강조하는 주제에도 불구, 역효과를 낳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원작자 신영희씨의 남편 최세웅씨(95년12월 귀순)의 반응은 더욱 격하다. “지나치게 선정적이며 북한 주민을 멸시하는 화면으로 북한 체제의 문제를 비판한 원작을 심하게 왜곡했다”는 것. 피바다 가극단 백운수 지도원의 광적인 행동이나 런던에서의 신영희씨 일가족의 탈출장면 등이 원작과 영 딴판으로 그려졌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드라마에서는 공개처형되는 인민배우 우인희를 그 딸이 비방하는 섬뜩한 장면이 나오지만 원작에서는 어머니의 처형장면을 지켜봐야 하는 딸의 심정을 신영희씨가 안타깝게 유추하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또 ‘광적인 공산주의자’들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여주는데 치우쳐 ‘기존의 반공드라마와 달리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당초의 기획의도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때문에 북한 사람들을 희화화하는 반공드라마의 틀을 답습하는 것은 남북의 동질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이 시대에 걸맞지 않는 제작태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제작과정에 대해서도 최세웅씨는 “저자의 동의없이 만들어진 드라마”라고 주장하는 반면 KBS는 “저작권을 소유한 출판사와 정식 계약을 했으며 저자와도 구두합의를 거쳤다”고 맞서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