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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프로야구]다저스 운명,박찬호 어깨에…

입력 | 1998-01-12 20:22:00


“좋아할 일인지, 아닌지….”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의 자긍심을 한껏 높여주었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25·LA다저스). 4월1일 개막하는 올시즌에 개인적으로 팀내 비중을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팀전력이 전체적으로 하강세여서 마음은 혼란스럽다. 15일부터 불펜피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는 박찬호는 코칭스태프로부터 연일 “너만 믿는다”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당연히 기분 좋은 일. 하지만 마음의 부담은 크기만 한데…. 먼저 흐뭇한 소식. 빌 러셀 감독은 6일 합동훈련을 시작하며 “찬호가 라몬 마르티네스, 이스마엘 발데스와 선발 로테이션 1순위를 다툴 것이며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본다”고 말해 박찬호에 대한 깊은 신뢰를 보였다. 글렌 그렉슨 신임 투수코치도 “찬호는 더 이상 가르칠 게 없다. 흔들릴 때 안정을 찾도록 돕는 게 나의 일”이라고 거들었다. 박찬호는 다저스의 98년 홈경기 입장권 판매 광고에도 마이크 피아자와 함께 등장했다. 이젠 확실한 다저스의 주축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대목. 반대로 박찬호의 어깨를 누르는 소식. 그렉슨 코치는 박찬호에게 ‘10완투승’을 주문했다. 박찬호가 그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는 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다저스 투수진이 그만큼 약해졌다는 증거. 다저스는 마무리 토드 워렐을 은퇴시켰다. 안토니오 오수나, 대런 드라이포트, 대런 홀 등으로 꾸려갈 계획이지만 중량감 면에선 떨어진다. 지난해 박찬호와 ‘제5선발’을 놓고 다퉜던 ‘너클볼의 귀재’ 톰 캔디오티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로 옮겨갔다. 팀의 ‘정신적 지주’였던 브렛 버틀러도 뒤안길로 사라졌다. 반면 새 식구는 유격수 호세 비스카이노 뿐. 반면 다저스가 속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네 팀은 알찬 전력보강을 했다. 지난해 다저스를 제치고 지구 우승을 차지했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구원 롭 넨을 영입, 마운드를 강화했다. 또 박찬호의 스승이었던 오렐 허사이저도 데리고 왔다. 콜로라도 로키스는 ‘커브볼의 달인’ 데릴 카일과 현역 최고의 2루수 마이크 랜싱을 모셔왔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신생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도 심기일전의 자세. 98년은 다저스가 홈을 브루클린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옮긴 지 40년이 되는 해. 제2의 도약을 노리는 다저스가 팀 운명을 박찬호의 어깨에 올려놓은 셈이다. 과연 박찬호가 이 무거운 짐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 〈김호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