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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리뷰]몸에 안맞는 「웨딩드레스」,시청률 제자리걸음

입력 | 1998-01-13 08:11:00


꿈꾸는 듯 달콤한 음악, 웨딩드레스를 입고 미소짓는 아름다운 신부…타이틀 방송의 몽환적이고 예쁜 분위기와 달리 요즘 KBS2TV 주말극‘웨딩드레스’는 행복하지 않다. 시청률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데다 가볍고 화사한 드라마 분위기가 사회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 이승연 김희선 김민종 신현준 등 신세대 톱 탤런트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파스텔 톤의 고운 배경색을 깐 ‘웨딩드레스’는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시청자들로부터 ‘IMF시대에 왠 호화판 드라마?’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를 의식한 듯 요즘에는 최대한 ‘IMF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애를 쓰는 눈치다. 외제승용차를 몰면서 카페를 운영하던 풍도(김민종 분)가 쫄딱 망해 지하 셋방으로 이사하고 승용차도 팔았으며 주인공들이 전부 끼고 살다시피 하던 핸드폰도 이전보다 덜 나온다. 신현준은 뒤로 묶었던 꽁지 머리를 잘랐고 김희선도 머리 염색이 튄다는 지적이 많자 ‘푸들머리’로 바꿨다. 이마저도 반응이 좋지 않아 제작진에서는 다시 머리모양을 바꾸라고 종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웨딩드레스’의 문제는 주인공들의 직업이나 머리모양, 소품에 있는 것같지 않다.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을 갈등하게 만드는 진지한 요소조차도 이 드라마에서는 가볍게 다뤄진다. 내면의 갈등이나 감정을 보여주는 배우들의 ‘연기’는 찾아보기 어렵고 어떤 상황이든 다 비슷한 표정으로 속사포처럼 쏟아붓는 ‘재치문답’식의 대사가 드라마를 끌고 나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나오고 있다. 이때문에 ‘한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랑과 화해, 웃음과 연민을 통해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그리겠다’는 기획의도는 그야말로 ‘의도’에 그쳐버렸다. 한 드라마가 인기를 끈다면 그것은 시청자가 드라마속에서 펼쳐지는 삶의 모습을 통해 자기 동일시나 대리만족, 또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그러나 웨딩드레스의 등장인물들은 시청자가 자기동일시 등을 하기에는 너무 현실과 거리가 멀고 이질적이다. 서민들의 고달픈 세상살이를 그렸던 전작 ‘파랑새는 있다’와 영 딴판인 ‘웨딩드레스’를 기획하면서 KBS는 ‘파랑새는 있다’를 파죽지세로 위협했던 MBC의 ‘신데렐라’를 염두에 두었던 듯하다. 그러나 그 전략은 실패했다. 때를 잘못 만난 탓도 있지만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드라마는 공허한 거짓이야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시청자들이 눈치챘기 때문이다. 〈김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