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퇴직금은 최후의 버팀목. 이 돈을 중도에 찾아 써야하나, 그대로 놔둬야 하나…. 이른바 ‘퇴직금 중간정산제’가 직장인의 최대 화두(話頭)로 떠오르고 있다. 중견기업 과장인 배창우씨(40)도 퇴직금 중간정산제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고민이다. 여기저기서 멀쩡하던 회사가 쓰러지는 판이니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근로기준법에는 회사가 도산했을 때 퇴직금은 다른 채권보다도 우선 변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해 헌법불일치 결정을 내려 퇴직금을 받지못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미은행 리테일팀 이건홍과장(02―3455―2357)과 함께 퇴직금 중간정산제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 질문 1 ▼ 근로자에게 과연 퇴직금 중간정산제는 유리한가 불리한가. ▼ 답 ▼ 딱 꼬집어 얘기할 수 없다. 개별 회사가 채택하고 있는 퇴직제도, 즉 누진제 도입여부에 따라 다르고 임금인상률 금리에 따라 중간정산제의 득실이 달라진다. 근로기준법상의 법정퇴직제(1년에 1개월 평균임금 지급, 10년 근속했으면 10개월치)를 적용하는 회사는 일반적으로 중간정산을 받아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 물론 중간정산을 받지않으면 근무연수 경과에 따른 임금상승으로 나중에 더 많은 퇴직금을 탈 수 있다. 문제는 현재와 같은 ‘임금동결 금리폭등’의 상황을 감안하자는 것. 즉 이런 추세가 앞으로 몇년 더 이어지면 임금인상에 기대기보다는 중간정산을 받아 고금리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퇴직금 누진제가 적용되면 중간정산제가 불리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누진제는 입사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법정퇴직제에 비해 훨씬 많은 퇴직금이 쌓인다. 중간정산을 받은 이후 퇴직금 계산은 처음부터 다시 출발하기 때문에 누진에 따른 혜택이 크게 줄어든다. 따라서 누진제가 시행되는 회사라면 중간정산은 회사의 미래가 불확실한 경우, 긴급자금이 필요한 경우로 제한하는 게 좋다. ▼ 질문 2 ▼ 퇴직금 중간정산을 신청, 목돈이 생겼다. 어디에 투자하는 게 좋은가. ▼ 답 ▼ 첫째, 시중금리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기민함이 필요하다. 금리변동에 따라 금융상품 금리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투자기간을 먼저 정하고 이에 맞는 투자상품을 고르자. 둘째, 금리가 높으면서 비교적 자유롭게 돈을 찾을 수 있는 상품으로는 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RP)표지어음 무역어음이 좋다. RP와 표지어음은 연 18% 이상의 확정금리를 보장하고 한달 이상 맡기면 인출이 자유롭다. 무역어음 금리는 RP보다 약간 높은 연 19.5%선. 무역어음은 부도가 나더라도 은행이 대신 지급을 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1개월 이내 거래도 어음만 있으면 가능하나 어음금액에 예금액을 맞춰야하는 게 불편하다. 셋째, 신종적립신탁과 회사채도 수익률이 꽤 높다. 신종적립은 6개월짜리 신탁상품으로 일일배당률이 연 20%를 웃도는 고수익상품. 운용실적에 따라 만기때 이자가 달라지지만 현재로서는 20% 안팎의 배당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채도 비슷한 투자수익률을 낼 수 있어 요즘 인기다. 그러나 회사채를 살 때는 발행회사가 탄탄한지 먼저 살펴보고 이왕이면 은행 등 금융기관이 보증을 선 것을 사도록 하자. 넷째, 연 18%대 안팎의 확정금리를 받으면서 3년 이상 장기로 투자할 때는 시장금리연동상품이 괜찮다. ▼ 질문 3 ▼ 아파트 청약 신청 후 대출금리가 폭등하면서 중도금 마련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청약을 포기해야할지, 아니면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중도금을 조달하는 게 좋은지 알려달라. ▼ 답 ▼ 아파트 청약 후 중도에 포기하면 아파트 공급가액의 10%를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 분양가가 1억5천만원인 아파트라면 금쪽같은 1천5백만원이 눈앞에서 날아가는 셈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본다. 향후 5년 동안 아파트 가격에 변동이 없으며 분양으로 얻는 시세차익은 3천만원이라고 가정하자. 청약을 포기할 경우 그동안의 금융비용을 제외하더라도 1천5백만원의 위약금과 3천만원의 기대이익 상실로 총 4천5백만원의 손실을 보게된다. 배과장이 중간정산을 선택했을 경우와 비교해보자. 배과장의 경우 당장 4천2백만원의 퇴직금을 받는다. 이 돈으로 분양대금을 댈 수 있다면 4천2백만원 투자로 4천5백만원의 이익을 내는 셈(배과장의 경우는 손실을 보지 않는 것). 기왕에 어려운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만큼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을 모두 끌어다 쓰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이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