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에서는 ‘고질라’(1998년판)가, 한국에서는 ‘용가리 1998’이라는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막바지 손질에 한창이다.
이 두 영화는 모두 원작이 아닌 리메이크 작품.
‘고질라’는 1956년 일본에서, ‘용가리’는 1967년 한국에서 각각 발표됐다. 이들은 ‘거대 괴물 영화(Big Monster Movie)’라는 SF의 한 범주에 속한다.
문제는 과연 키가 40∼50m나 되는 거대 괴물이 영화가 아닌 현실 세계에서 존재할 수 있느냐는 점. 정답은 한 마디로 ‘난센스’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큰 동물은 흰긴수염고래. 그 가운데 큰 것은 길이가 30m에 체중은 1백50t이나 나간다. 이 동물은 물 속에서 살기 때문에 부력(浮力)으로 몸을 지탱할 수 있다.
하지만 육지에서는 어림도 없다. 지금까지 존재한 육상 동물 가운데 가장 컸다는 브라키오사우르스의 몸길이도 25m 밖에 안된다. 체중은 약 80t 정도다.
몸의 길이가 2배 늘어나면 체중은 8배 늘어난다. 만약 용가리의 몸길이가 50m라면 체중은 무려 6백40t이 나간다.
체중이 이 정도라면 움직이는 것은 고사하고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다. 결국 거대 괴수들은 스크린에서나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거대 괴물들을 스크린에 만들어내는 기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사람이 탈을 뒤집어쓰고 연기하거나(‘고질라’ 원작), 정지동작을 연속촬영하는 ‘스톱모션’기법을 쓰거나(‘킹콩’ 원작·1933년), 아니면 아예 컴퓨터그래픽을 사용하는(‘쥐라기공원’) 것이다. 스톱모션 촬영때 사용하는 모형은 내부에 기계장치를 넣어 마치 움직이는 로봇처럼 찍을 수도 있다.
이런 거대 괴수 영화들은 항상 고정팬이 있게 마련이다. 외국에선 광적인 관객들도 적지 않다.
1967년작 ‘용가리’도 국내에서는 필름이 없어져 볼 수도 없다고 알려졌지만 미국에는 영어 더빙판으로 비디오는 물론 레이저디스크(LD)까지 나와 있다.
필자는 지난해 캐나다 토론토의 비디오숍들을 뒤질 기회가 있었다. 그 때 발견한 한국 영화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과 ‘용가리’ 단 두편뿐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지에서는 ‘용가리’를 일본 영화로 잘못 알고 있었다. 30년 전의 ‘용가리’는 비록 일본 기술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지금 봐도 썩 괜찮은 작품이다. 그 이후 우리나라 SF영화의 진정한 맥이 끊긴 것 같아 안타깝다.
박상준(SF해설가·인터넷〓cosmo@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