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가 곧 한일(韓日)어업협정 파기를 정식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 정부도 대응 조치로 80년부터 준수해 온 ‘조업 자율규제 합의사항’이행 여부를 재검토하고 있는 모양이다. 어업문제로 한일관계가 격랑에 휩싸일 조짐이다. 우리는 그동안 일본정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획정이 한일 어업협정 위반이며 관련 국제법의 요건에도 맞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해 왔다. 그런데도 일본측은 정당하게 조업중인 우리 어선들을 수차례 불법 나포했다. 어업협정을 일방 파기하고 나면 그같은 불법나포행위는 더욱 늘어나 우리 어민들의 피해만 커질 것이다. 일본은 국가간의 관계에서 가장 우선시해야 할 호혜원칙을 무시하고 오로지 자국 어민의 이익만 확보하려는 독선적인 자세를 버려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지금 금융위기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對韓)금융지원을 약속하고 있는 일본 정부가 바로 이 시기에 어업협정을 일방 파기한다면 그 저의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주에는 일본 순시선이 노골적으로 독도주변 영해를 침범했다. 최근 일본신문에는 군위안부 피해자에게 정부차원의 사과 배상이 있어야 한다는 우리의 요구와는 달리 민간차원의 위로금과 의료지원을 하고 있다는 광고도 나왔다. 이웃의 어려움을 현안 해결에 이용하려 든다면 정말 떳떳하지 못한 작태다. 일본정부는 어업협정 파기 후 다음달 출범하는 김대중(金大中)정부와 다시 교섭을 벌일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다고 기본 외교정책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같은 일방 파기는 불필요한 감정과 또다른 대응을 촉발시켜 양국간 우호만 해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