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 총수들은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과 면담을 하고 돌아온 직후 사장단회의 등을 소집, 면담결과를 전하고 계열사별로 5개 합의사항 이행방안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이건희(李健熙)삼성그룹회장은 13일 회동을 마치고 곧바로 삼성본관으로 돌아와 그룹 운영위원회를 소집, 회의내용을 전달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수출확대와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고 정리해고는 고통분담 차원에서 최대한 억제하라고 당부했다. 삼성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 차기대통령이 삼성 관련 루머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두번씩이나 강조했다”며 시중에 나도는 악성 루머가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기대. 현대그룹은 김차기대통령이 항목별로 달성시한을 못박지 않아 다행이라며 안도하는 모습. 현대그룹은 상호지급보증을 100% 이내로 축소하기 위해서는 오는 3월까지 2천4백40억원을 해소해야 하는데다가 앞으로 완전해소를 위해서는 4조4백4억원을 해소해야 하는 입장. 현대관계자는 “사외이사제 등은 이미 올초 전면도입을 해놓은 상태”라며 “나머지 의무사항에 대해서도 성실히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상호지보 완전해소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보증대출 관행에 젖어 있는 금융권에도 강도높은 개혁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LG그룹은 그동안 내부적으로 기업집단 결합재무제표 작성을 준비해 왔기 때문에 조기 도입하더라도 실행에 따른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회장실 재무팀 관계자는 다만 시기가 촉박한 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은 실질적인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하고 주식투자가를 위한 기업설명회(IR)를 자주 개최할 예정. 전자 정보통신 화학에너지쪽을 주력사업으로 설정하고 있고 40개 한계사업 선정을 이번 주내로 마쳐 구체적인 정리 계획을 15일 제출할 계획. 김우중(金宇中)회장이 해외체재중인 대우그룹은 “그동안 계속 추진해온 일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며 자신감을 표시했다. 그룹 비서실 관계자는 “친족간 계열사 분할이 없고 전문경영인의 책임경영체제가 잘 갖춰져 있어 다른 그룹에 비해 사정이 낫다”고 말했다. SK그룹 최종현(崔鍾賢)회장은 김차기대통령과의 조찬간담회를 가진 후 이날 오후 긴급 사장단회의를 소집했다. 최회장은 이 회의에서 “계열사 사장들이 책임을 지고 투명한 기업풍토 조성과 기업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합의내용을 적극 시행하라”고 당부했다. SK그룹은 상호지급보증 총비율이 18%로 대기업 중에서는 가장 낮다고 밝혔다. 최회장의 지론인 “사촌의 떡도 맛있고 싸야 산다”에 따라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을 최대한 자제했다는 것. SK그룹은 400%(96년말 기준)에 육박하는 부채비율을 크게 낮추려는 구조조정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영이·박래정·이희성·이진·박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