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와 단둘이 야구장에 가본 며느리 얘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권오향씨가 그랬다. 신혼초 아직 “아버님” 소리도 어색할 때 시아버지 박씨가 며느리의 손을 이끌고 잠실야구장으로 향했다. 함께 목청이 터져라 응원을 하다보니 어느새 며느리와 시아버지가 아닌 아버지와 딸이 돼 있었단다. 며느리에게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니”라는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는 시아버지. 아이의 정기검진 때도 남편 대신 운전기사 노릇을 자청하는 시아버지에게 권씨는 “저도 아버님을 사랑해요”라는 말을 아직 입밖으로는 못하고 가슴 속에만 담아두고 있다. 평결을 분석해 보면 ‘며느리들은 시아버지에게 약했고 아들들은 아내편이었다’. 남성 배심원 중에는 유일하게 고승덕변호사가 시아버지쪽에 손을 들었다. 젖먹이를 데리고 긴 귀성길에 오른 경험이 있는 양경희 이혜승씨는 “서너살이 돼도 아이를 데리고 움직이기야 힘들지만 3시간 정도라면 참고 가보는 게 좋지 않아요”라고 며느리의 ‘인내’를 호소했다. 그러나 30대 남편들인 이상훈 강동식 이영훈 유영환씨는 입을 모아 며느리를 두둔했다. “애가 커서 1,2년 후에 다니러 가도 늦지 않잖아요. 아버님이 이번엔 좀 참으시죠.” 〈정은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