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타임스 ▼ 일본이 2차세계대전 당시 영국군 포로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 공식사과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는 5월 아키히토 일본 국왕의 영국방문을 앞두고 화해의 제스처로서 ‘과거의 악령들’을 쫓아버리려는 시도로 보인다. 물론 과거에도 유감표명은 있었다. 또 이번 사과가 모든 사람들을 완전히 만족시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전의 어떤 사과보다 진전된 것임에는 분명하다. 전체 일본각료의 이름으로 사과가 이뤄졌다. 생존자들에게 전투지역과 죽은이들의 묘지를 방문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한다는 것도 포함됐다. 또 포로의 후손들에게는 1년간의 일본유학 약속이 주어졌다. 토니 블레어 총리가 ‘중대한 진전’으로 묘사한 것은 일리가 있다. 일본은 지금까지 ‘과거’를 외면해 왔다. 역사교과서는 왜곡되고 정치인들은 과거에 대한 논의 자체를 거부했다. 이 때문에 과거에 대한 죄의 인정이나 보상문제는 일본뿐만 아니라 원폭투하의 책임이 있는 전승국들도 거론하기가 민감한 사안이었다. 전승 50주년인 95년에야 일본은 자신들의 만행으로 인한 고통에 대해 정직하게 인정했다. 그러나 생존포로들에 대한 보상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일본은 51년 샌프란시스코조약에 따라 완전히 보상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이 문제를 재론할 경우 아시아지역으로부터 수십억파운드의 보상요구가 제기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방법은 있다. 일본이 정부와 기업의 자발적인 협조로 가난한 생존포로들을 위한 기금을 설치할 경우 어느 정도 만족을 줄 수가 있을 것이다. 이같은 방법은 물론 영국뿐만 아니라 태평양전쟁의 다른 모든 피해자들에게도 확대돼야 한다. 이것만이 공식사과에 덧붙여 피해자들에게 다소의 보상을 해주고 상징적이나마 명예회복을 이뤄주는 것일게다. 〈정리·런던〓이진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