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한식집에서는 찌개나 반찬을 내세워 손님을 끌지만 반찬보다는 밥자체로 ‘승부’하려는 음식점이 꽤 있다. 대부분 사무실 밀집지역 대형음식점들 틈에 자리한 이 음식점들은 색다른 ‘밥맛’을 고집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요즘같이 주머니가 가벼워진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대부분의 음식점들이 고전하고 있지만 ‘밥이 맛있는 집’들만큼은 된서리를 덜 맞고 있다는 것이 주인들의 설명. 서울 여의도동 수정회관 주인 윤을순씨(45)는 “직장인들이 집에서 바로 지어서 먹는 밥의 맛이 그리워서인지 ‘밥이 맛있는 집’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특히 IMF한파에 비싼 고기나 반찬을 따로 주문하지 않고 5천원이나 1만원짜리 한장으로 ‘잘 먹었다’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음식점을 많이 찾는다는 것이 윤씨의 설명이다. 뭐니뭐니해도 쌀자체만으로 밥맛을 낸 음식점은 경기 이천시에 많다. 이 음식점들에서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이천쌀을 사용하는데 이중 8년째 문을 열고 있는 이천쌀밥집(0336―34―0066)이 널리 알려져 있다. 밥이 맛있는 음식점에서는 대부분 밥짓는 재료와 방법을 달리해 색다른 맛을 낸다. 돌솥밥이나 영양밥 등의 이름이 붙는다. 보통 ‘밥이 맛있는 집’에서는 밥을 맛있게 하기 위해 멥쌀에 콩을 비롯한 잡곡과 찹쌀을 섞는다. 여기에 인삼 대추 은행 잣 땅콩 밤 등 몸에 좋은 ‘토종’재료를 섞어 맛을 내는 집들이 많다. 전주식으로 각종 나물을 섞어 맛을 낸 집도 있다. 뜨거운 밥 위에 온갖 나물이 얹혀 나오는 전주식 비빔밥은 나물색깔이 잘 어우러져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일부 밥이 맛있는 집은 밥물도 다르다. 수정회관과 충정로 3가동 연정옥에서는 사골육수로, 길동 설악산에서는 집에서 기른 콩나물 데친 물을 밥물로 사용한다. 그래야 밥알에 윤기가 나고 밥맛이 고소해진다. 신사동 감자바우에서는 오대산 천연약수를 길어다 밥물로 사용하기 때문에 밥색깔이 푸른색이 나며 몸에도 좋다는 것. 이들 음식점에서는 밥을 짓는 솥도 특이하다. 대부분 앉은 자리에서 뜸을 들여 즉시 먹도록 돌솥을 사용한다. 특히 전북 장수에서 생산된 곱돌솥은 불에서 내린 뒤에도 열이 40분 동안 지속돼 고소한 누룽지까지 맛볼 수 있다. 인사동 명인가에서는 대나무통을 사용하는데 물에 불린 찹쌀을 1인분씩 대나무통에 넣고 큰 솥에 찐다. 대나무에서 나오는 대나무진이 밥속에 녹아들어 혈압을 내리고 밥맛을 돋운다는 것이 음식점측의 설명. 이렇게 지은 밥이 보정연자밥이다. 이 집에서는 찻물에 불린 찹쌀로 연근 속을 채워 찐 뒤 김밥처럼 썬 연근약차밥도 내놓는다. 미식가로 유명한 소설가 홍성유씨와 생활정보전문 인터넷사이트인 가이드북 및 시티스케이프가 추천한 서울시내 ‘밥이 맛있는 집’중 12곳을 골라 소개한다. 〈김진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