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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산 왜 무너졌나]유통부문 무리한 확장『치명타』

입력 | 1998-01-15 08:08:00


나산그룹의 좌초는 안병균(安秉鈞)회장의 입신 그리고 몰락과 궤를 같이 한다. 나산그룹 4개사가 부도에 이르게 된 것은 주력 업종인 패션의 매출부진과 건설의 분양정체가 주요인. 차입금에 의존한 유통부문의 무리한 확장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지난해부터 몰아친 경기침체와 금융위기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나산그룹은 80년 조이너스 꼼빠니아 등의 브랜드로 알려진 ㈜나산으로 시작됐다. 91년에는 건설, 94년에는 유통 등으로 사업영역을 계속 넓혔다. 특히 유통은 96년 경기 광명에 나산 클레프 1호점을, 지난해에는 광주점을 연이어 열었다. 지난해에는 오는 2월 개점 예정으로 강남 수서에 1만평 규모의 로즈데일 백화점 공사를 강행했다. 96년 5월 충남방적으로부터 한길종합금융을, 10월에는 광주방송의 대주주인 대주건설을 인수했고 이어 프로농구단 나산 플라망스도 창단하는 등 확장세는 멈출줄 몰랐다. 안회장은 19세였던 66년 맨주먹으로 무작정 상경해 막노동을 시작으로 나산그룹을 일궜다. 75년에는 국내 최초의 극장식당 ‘무랑루즈’와 ‘초원의 집’을 운영하는 수완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나산은 확장 과정에서 종금사 등으로부터 3천여억원의 단기차입금을 끌어 써 재무구조가 급격하게 악화됐다. 특히 금융위기가 겹쳐 이자 등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상환압력도 거셌다. 나산은 지난해부터 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한길종금 나래이동통신 주식과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뒤늦게 부채 상환에 나섰으나 그룹의 좌초를 막는데는 역부족이었다. 안회장은 평소 “65세가 되면 경영에서 물러나겠다. 후에 건전한 기업인이었다고 평가받도록 하겠다”고 자주 말해왔다. 그러나 안회장이 맨주먹으로 일군 나산그룹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 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