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 제임스 본드’라며 자신의 신분을 밝혀버리는 엉뚱한 스파이 제임스 본드에게는 항상 본드걸이 꼬이게 마련이다. 그 본드걸들은 62년작 ‘닥터 노’에서 최신작 ‘네버 다이’까지 최신형 무기들과 함께 007영화의 재미를 더해주는 강력한 힘이 되어왔다. 그러나 숀 코너리, 로저 무어 등 역대 제임스 본드들과는 달리, 지금까지 본드걸을 거쳐간 수많은 여배우들에 대한 뒷얘기들은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도대체 그녀들은 그 이후 어떻게 살아갔을까? 역대 본드걸들의 행보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어진다. 그 첫 번째가 ‘작전중 실종형’. 여기에 속하는 여배우들은 본드걸 이후 별다른 연기활동을 하지 못했던 경우다. 그 대표적인 예가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에 출연했던 질 세인트 존. 아역배우로 명성을 날렸던 그녀는 이 영화이후 스크린에서 조용히 사라져야 했다. 반면 같은 영화에 출연했던 라나 우드는 완벽한 방향전환을 해 통신관련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경우. 이밖에 ‘007 두번 살다’의 일본 여배우 미에 하마와 ‘골든 아이’의 이자벨라 스코르푸코도 이경우로 분류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불타는 육체형’. 섹스 어필이 강한 본드걸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B급 영화의 3류배우가 된 경우다. 페어 더너웨이를 물리치고 ‘썬더볼’의 주인공을 따냈던 미스 프랑스 출신의 클라우딘 어거가 그 대표적인 예. 많은 B급 공포, 애정 영화에 출연하던 그녀는 동병 상련을 느끼던 ‘카지노 로열’의 바버라 보쳇, ‘나를 사랑한 스파이’의 바버라 바흐와 팀을 이루어 이탈리아 공포영화 ‘독거미의 검은 배’에 출연하기도 했었다. 그녀 이외에도 ‘옥토퍼시’에 출연했었던 머드 애덤스, ‘뷰 투 어 킬’의 타냐 로버트 등도 이 경우로 분류할 수 있는 배우들. 마지막 세 번째는 ‘명예로운 퇴직형’. 본드걸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성공한 여배우가 된 이들이 여기에 속하는데, 킴 베이싱어와 제인 세이모어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중 83년작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에 출연했던 킴 베이싱어는 ‘나인하프 위크’로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하여 최근작 ‘LA. 컨피덴셜’까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어 최고로 성공한 본드걸로 불릴 정도. 반면 ‘죽느냐 사느냐’에 출연했던 제인 세이모어는 ‘닥터 퀸’ 등의 TV시리즈로 성공한 경우다. ‘살인면허’에 나왔던 캐리 로웰, ‘골든 아이’의 팜케 야센도 이 길을 가고 있는 여배우로 분류될 수 있을듯. 이밖에 다른 30여명의 본드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려면 TV가이드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 홈페이지 (http://www.tvguide.com/movies/features/bondgirls/index.htm)로 가보면 된다. (이철민·인터넷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