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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문화유산답사 「新건축기행」

입력 | 1998-01-15 20:07:00


온고지신(溫故知新), 이 멋진 말이 건축이라고 예외일 순 없다. 너무 낯익어 무심히 지나쳐버리는 건물들. 그러나 잘 들여다보면 창살 하나, 기둥 하나에도 깊은 정신과 그윽한 아름다움이 숨어 있으니. ‘신(新)건축기행’(서용식 연기홍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펴냄)은 바로 이런 얘기다. 주변의 일상 건물이나 평범한 고택(古宅)의 미학을 잘 보여주는 책. 자주 찾는 한옥 찻집이나 역사적 건물에서 최첨단 현대식 건물에 이르기까지 40여채가 제각각의 아름다움을 소리없이 뽐내고 있다. 서울 인사동의 통인가게는 어떻게 전통거리와 조화를 이루는지, 광화문 파출소는 어찌하여 지나는 이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지, 1909년 지어져 당시 ‘남대문에 서있는 가장 훌륭한 근대적 건물’로 평가받았던 상업은행 종로지점 건물이 아직도 단아하고 고적전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비결은 과연 무엇인지. 발걸음이 언제나 경쾌한 것은 아니다. 항일투쟁 1번지이자 민주열사의 뜨거운 흔적이 남아 있는 서대문독립공원. 그동안 우리의 시선이 그들만큼 뜨거웠던가, 하고 저자들은 반문한다. 이밖에 88올림픽때 독일이 기증한 신대방동의 디스코장 쿤스트디스코, 대원군 별장 사랑채였던 세검정의 석파랑, 대학로의 터줏대감 샘터사옥 등 정겹고도 신선한 이름들이 우리를 맞이한다. 지금 우리가 드나드는 건축물들이 먼훗날 귀중한 문화유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아마 미리 떠나는 문화유산답사쯤으로 이름붙여도 좋지 않을까. 〈이광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