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최악의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건설업체들이 주택사업계획을 잇따라 포기, 2∼3년후 주택 수급차질과 함께 가격 폭등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사업 포기 속출〓대형업체인 D사는 이주비를 이미 지급한 서울지역 재개발재건축사업 가운데 2,3개를 중단하기로 했다. 선투자비가 많이 들고 이익회수에 오랜 기간이 걸리기 때문. 재벌그룹 계열 L사는 경북 P시에서 아파트 7백여가구를 공급키로 하고 작년 11월부터 분양했으나 분양률이 저조하자 사업을 포기, 계약자들에게 위약금을 지불했다. 이밖에도 사업중단 사례가 많다. 이달중 서울 및 수도권에서 분양예정이던 아파트 3만1천여가구중 실제 분양은 20%도 안되는 5천8백여가구에 불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겼나〓철근 레미콘 합판 등 각종 건자재가 한달만에 무려 30% 이상 상승, 건설공사비에 15% 정도 인상 요인이 생겨 현재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공사현장은 모두 적자라는 것. 게다가 30여개의 주택할부금융사가 중도금 대출을 전면 중단하자 14만여 가구의 중도금(5조원 상당)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또 입주예정자들의 청약 해지율이 평소(5∼10%)보다 크게 높아진 30∼40%에 달하고 중도금 및 잔금 납부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나 주택업체의 자금 수급 계획에 커다란 차질이 생겼다. ▼우려되는 상황들〓주택전문업체들의 연쇄부도가 우려된다. 작년말부터 청구 보성 나산 등 대형업체들이 부도를 낸데 이어 요즘 하루 평균 10여개의 중소업체가 넘어지고 있다. 입주예정자들의 입주 지연도 불가피하다. 준공을 앞두고 있는 일부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입주예정자들은 당장 살 곳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또 손경환(孫炅煥)국토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공급이 위축되면 경제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2∼3년 지나 주택가격의 폭등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업계 건의〓업계는 15일 건설교통부에 주택할부금융사의 중도금 대출이 재개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자금을 은행을 통해 지원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주택건설원가가 10% 이상 증감할 경우 이를 이미 공급된 아파트의 공급가에 반영하고 분양대금 연체이자율을 시중금리에 따라 정하게 법을 개정해 줄 것을 건의했다. 그러나 건교부는 “현행 선분양제도 체제에선 이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 〈황재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