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감봉 등 부정적인 일로 늘 갑갑하고 짜증나는 국제통화기금(IMF)시대. 오죽하면 ‘아시아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국민’으로 지목됐을까. 하지만 IMF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생활 속의 거품이 빠지고 ‘알짜’만 남는 새 풍속도가 그려지고 있다. 정보통신업체인 두루넷(대표 김종길)은 15일 사원 2백명을 대상으로 ‘IMF한파로 어떤 점이 나아졌는가’를 묻고 두 가지씩 자유롭게 답변하게 했다. 이중 가장 많은 응답은 ‘불필요한 낭비가 줄었다’(46%) ‘10원짜리도 아낀다’ ‘더치페이를 한다’ ‘돈 아낄 때 눈치를 안본다’는 대답에서 실용주의가 득세해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술을 적게 마셔 좋다’(27%)는 응답은 2위를 차지. 회식 때 으레 있던 2,3차가 줄어들어 그만큼 술자리가 건전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어 거리에 차가 줄어 교통이 원활하고 공기가 맑아져 좋다는 환경론을 펴는 사람은 9%를 차지했다. 하지만 ‘좋아진 게 하나도 없다’(5%)며 한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연령별로 보면 20, 30대 미혼 남성은 데이트 비용이 줄고 20대 여성은 짭짤한 세일 행사가 많아서 좋다고 밝혔다. 기혼자들은 귀가 시간이 빨라졌다고 말해 예전보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는 새 풍속도를 엿볼 수 있다. 〈김종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