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이 저하되는 것은 스트레스로 인해 당성(糖性) 코르티코이드(코티졸)가 많이 나와 면역세포의 생성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코티졸은 면역세포의 DNA를 파괴하는 효소의 생성을 촉진해 면역세포가 스스로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코티졸 말고도 시상하부에서 분비하는 물질(CRF)이 뇌세포에 직접 작용해 기능을 억제하고 면역세포를 감소시킨다. 만성 스트레스는 특히 성욕 감퇴와 함께 남성에게는 발기불능을 일으키는 주범의 하나다. 여성의 경우 임신이 되지 않거나 월경이 불규칙하게 될 수도 있다. 코티졸이나 성호르몬은 본래 콜레스테롤로부터 합성되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성호르몬으로 가는 과정이 막히고 코티졸이 합성되는 쪽으로 방향이 바꿔진다. 이렇게 되면 성호르몬이 줄어들어 골다공증을 일으키며 칼슘의 혈중농도가 올라가게 된다. 만성 스트레스는 혈압에도 영향을 미친다. 혈압을 올리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임으로써 고혈압에 의한 중풍과 심장병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만성 스트레스가 혈당수치를 높이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여 당뇨병을 일으킨다는 것은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 이렇게 해서 생긴 당뇨병을 ‘스테로이드 당뇨병’이라 부른다. 마지막으로 장기간의 만성 스트레스가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질환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뇌세포의 파괴다. 기억과 감성 등에 관여하는 두뇌의 히포캄푸스(해마·海馬)라는 조직이 코티졸에 의해 파괴돼 기억력이 상실되고 사람을 급격하게 노화시키며 결국에는 치매의 원인이 된다. 히포캄푸스에는 코티졸을 인식하는 수용체가 가장 많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곳의 세포가 죽게 되면 코티졸이 더 많이 만들어져 뇌세포 파괴의 악순환이 계속된다. 코티졸은 히포캄푸스 세포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뇌의 ‘청색점 핵’이라는 곳에도 직접 작용해 스트레스를 물리치는 호르몬인 놀에피네프린의 분비를 억제한다. 또 뇌의 ‘봉합선 핵’이라는 조직에도 영향을 미쳐 세로토닌 분비와 세로토닌 세포 기능을 억제,우울증 두려움 통증을 일으키고 심할 경우 자살까지 몰고 간다. 다음 회에는 스트레스가 태아와 유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본다. 강성종 (전 뉴욕 마운트사이나이의대 교수·미국 바이오다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