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 비해 응모 편수는 비슷했으나 작품 수준이 그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조금 특이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작품의 제목이 성인시처럼 길어진 것이 많은 것과 쉽게 씌어진 작품이 예년에 비해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낡은 소재로 피상적이고 상투적인 말만 늘어놓아 현실 감각을 잃어버린 작품이 많았다. 또한 사물을 추상적이고 설명적으로 이끌어나가 시적 감흥과 참신함을 담지 못한 것도 상당수에 달했다. 따라서 최종선에 오른 작품은 ‘호주머니 속의 패랭이꽃’(이우식) ‘별’(유동숙) ‘팽이’(박형민) ‘울어본 적 있니?’(정동현) ‘길’(임경애) ‘다 초록인 것 같아도’(신수산) ‘불장난한 날’(이혜용) 등 7편이었다. 유동숙씨와 정동현씨의 작품은 완성도에서는 단연 앞섰으나 너무 교훈적이어서 문학성을 잃고 있었다. 임경애씨와 박형민씨의 작품은 명확한 이미지와 개성있는 주제 선정은 돋보였으나 생각을 응축하지 못하여 호흡이 필요없이 길어지고 있었다. 이우식씨의 작품은 참신한 소재와 시적 감각이 새로워 보였으나 내용이 빈약하였다.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은 신수산씨와 이혜용씨의 작품이었다. 신수산씨의 작품은 섬세한 관찰력과 적당한 운율을 살린 것이 돋보였으나 너무 상황 묘사에만 치중하여 무게를 실어주지 못한 것이 흠이 되었다. 결국 이혜용씨의 ‘불장난한 날’을 당선작으로 올렸다. 심리적 상황만 그려놓아 생각의 공간을 마련해 두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불장난하고 난 뒤의 갈등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 점이나 상황의 구체성, 표현의 사실성을 높이 인정해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앞으로 개성있는 동시를 쓸 것으로 기대해 본다. 노원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