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지방의 한 중견기업 대주주가 80억원 어치의 부동산을 회사에 무상으로 내놓았다. 대구 경북지역에서 알루미늄 새시 등을 주로 생산하는 남선알미늄의 장형수(張亨洙)회장. 지난해부터 자금시장의 마비로 회사가 어려움을 겪자 개인 소유의 땅 3천7백여평을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에 쓰도록 기증한 것이다. 이 금액은 이 회사의 자본금과 맞먹는 규모다. 같은 날 현대 삼성 등 거대 재벌그룹의 총수들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회의를 갖고 재무구조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들은 13일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과 합의한 재벌개혁 5개항을 적극 실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구체적 실천방안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억지춘향’격으로 마지 못해 내놓은 수용안으로 표현이 애매하고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이들은 김차기대통령과 이미 합의한 내용에 대해서도 불만을 털어놓았다. 특히 지배주주 사유재산의 출자문제에 대해 “우리가 돈이 어디 있느냐” “이미 수조원씩 회사 대출보증을 섰다” “돈이 있으면 기업을 위해 썼지 어디 숨겨놓겠느냐”고 볼멘 소리를 했다. 현재로선 출자 여력이 없으며 ‘앞으로 돈이 들어오면 생각해보겠다’는 입장.이들이 내놓은 실천 내용도 군색하다. 구조조정을 위해 기업을 매각할 경우 대주주 지분을 처분해서 마련되는 자금을 다시 주력업종에 재투자하겠다는 것. 그러나 기업 매각이 어려워 언제 돈이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또 팔려는 회사는 대부분 부채가 산더미같은 부실기업이라 팔아봤자 큰 돈이 될 리가 없다.결국 총수들의 약속은 공약(空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얼마전 주요 재벌들은 회장비서실 역할을 하게 될 지주(持株)회사의 설립이 필요하다며 이를 허용만 해주면 사재라도 털어 출자하겠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그때는 사재가 있었고 지금은 없다는 얘기다. 이영이(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