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장금리가 연 30%를 웃돌면서 고금리 때문에 부도를 내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작년말까지는 금융기관의 여신회수로 인한 자금 압박이 부도의 주원인이었다면 최근에는 자금확보 자체는 다소 완화됐지만 고금리가 기업부도를 촉발하는 직접 원인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 고금리로 인한 부도는 대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부도를 낸 청구그룹과 나산그룹은 매출액 감소 및 금융기관의 여신회수와 함께 과도한 이자부담을 주요 부도원인의 하나로 꼽았다. 나산그룹의 안병균(安秉鈞)회장은 “지금과 같은 고금리가 계속되면 나산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작년 상반기(1∼6월) 국내 평균 제조업체의 비용―수익구조를 분석해보면 매출 감소나 환차손 등을 감안하지 않은 금리상승 효과만으로도 당장 절반 이상의 제조업체가 적자를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전체 제조업체는 평균 차입금리가 연 11.3%에 불과하던 작년 상반기에 1천원어치 물건을 팔아 62원을 이자로 내고 14원의 경상이익을 남겼다. 그런데 작년말 대부분의 은행들이 대출기준금리를 3%포인트 가량 인상하면서 제2금융권에서 돈을 한푼도 빌리지 않고 은행에서 장기대출만 받은 기업도 평균 차입금리는 3%포인트 올랐다. 평균 차입금리가 3% 오르면 제조업체의 금융비용부담은 78원으로 불어나고 경상이익은 2원의 적자를 내게 된다. 다시 말해 지금은 평균적인 수익구조를 갖고 있고 차입구조가 극히 건전한 기업이라도 구조적으로 적자를 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더구나 제2금융권 의존도가 높아 차입구조가 불건전한 기업이나 재무구조가 부실한 기업들은 평균 차입금리가 이보다 훨씬 높아졌다. 은행 당좌대출금리는 작년 상반기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이 올랐으며 제2금융권의 금리도 15%포인트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평균 차입금리가 10%포인트 올랐다고 단순 가정하더라도 금융비용은 1백16원으로 증가하고 경상적자도 40원으로 급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은 조사부 관계자는 “기업이 경상적자를 내면 자산을 매각하거나 빚을 내서 빚을 갚을 수밖에 없게 된다”면서 “최근 자산매각이 쉽지 않은 데다 신규대출을 받기도 어려워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부도를 내는 기업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금융계는 “대기업들이 지금과 같은 고금리를 견뎌내려면 부실기업뿐만 아니라 수익을 내는 계열사도 과감히 매각, 차입금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