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핵심 경제지표로 보통 ‘실업률’과 ‘물가’를 사용한다. ‘성장’을 중시하는 한국과는 다르다. 이들 나라는 어떤 경제정책을 선택하면 거의 예외없이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설명을 붙인다. 원론적으로 볼 때 고용 및 물가안정은 국가 경제정책의 최종목표다. 충분한 일자리가 있고 임금가치 및 재산가치가 안정되면 국민들은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성장률이나 국제수지는 최종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중간목표’일 뿐이다. 이 점에서는 노동당과 보수당, 또는 공화당과 민주당 간에 견해차가 없다. 고용과 물가는 또 사회적 정치적 의미가 큰 지표이기도 하다. 성장이나 국제수지에 경제지표 성격이 짙은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경제규모를 빠른 시일내에 키우고 싶고, 교역의 중요성 때문에 해외시장의 크기에 민감한 한국 등 개도국에서는 성장률을 실업률보다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세계 경제동향을 조망할 때도 성장률이 더 유용한 지표다. 요약하면 실업률이 ‘삶의 질’과 직결된 지표라면 성장률은 ‘생산량’과 ‘추세’를 보여주는 셈. 〈허승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