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은 미국역사에 또 하나의 중요한 기록을 남겼다. 현직대통령이 민 형사상 소송에서 처음으로 증언했기 때문이다. 클린턴대통령은 이날 성희롱 사건과 관련, 고소인이 보는 앞에서 선서를 하고 증언했다.‘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는 법치주의의 구현이기도 하지만 또한 미국사회에 만연된 이른바 ‘스캔들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으로 그 저급성에 대한 반성도 뒤따르고 있다. 증언은 오전 10시 20분부터 6시간여 동안 클린턴의 변호사인 로버트 베넷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클린턴은 백악관에서 걸어서 5분거리에 있는 베넷의 사무실에 모터케이드의 호위를 받으며 도착했다. 보도진을 피해 지하주차장을 통해 11층 베넷의 사무실로 올라갔다. 증언은 고소인인 파울라 존스(31)와 그의 변호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 클린턴의 증언은 VTR로 녹화됐다. 이 자료는 5월 27일 재판을 앞두고 법정에 증거자료로 제출된다. 클린턴은 증언을 마친후 백악관에 돌아와 27일에 있을 새해 국정연설 내용을 검토했다. 존스도 증언이 끝난후 남편과 함께 베넷의 사무실을 떠났다. 존스는 91년 아칸소 주지사이던 클린턴이 자신을 호텔로 불러 오럴섹스를 요구했다며 2백만달러의 손해배상과 사과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 존스는 당시 클린턴 성기(性器)의 특징까지 정확하게 기억한다고 말해 왔다. 증언은 민사소송이기 때문에 공개되지는 않는다. 관계자들은 클린턴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증언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대질심문 또는 신체검사까지 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클린턴은 물론 성희롱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클린턴의 증언 직전 실시된 시사주간지 타임과 CNN의 여론조사는 미국민의 42%가 클린턴의 말을 믿고, 28%가 존스의 말을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