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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업계, 보따리들고 거리로 나앉았다

입력 | 1998-01-18 20:26:00


정보시대의 최고봉이라고 일컬어지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국내에서는 ‘침몰하는 배’의 처지에 놓여 있다. 컴퓨터의 메카 용산전자상가. 요즘 이 거리 곳곳에서는 소프트웨어 제품들을 보따리째 진열해놓고 팔고 있다. 게임이나 멀티미디어 교육용 등 이른바 ‘패키지’ 소프트웨어 CD롬이 잔뜩 널려 있다. 이들 제품 박스를 살펴보면 몇 만원에서 10만원이 넘는 가격 표시가 붙어 있다. 그러나 실제 판매되는 것은 ‘무조건 2개 1만원’, 심지어 ‘3개 1만원’에 파는 곳도 자주 눈에 띈다. 그나마도 헐값에 내놓은 소프트웨어를 구경하거나 사는 사람도 드문 실정이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유통업체들이 잇따라 쓰러지면서 ‘가격 실종’ 현상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소프트웨어업체 숫자도 손으로 꼽을 정도. 한글과컴퓨터 한메소프트 솔빛 큰사람정보통신 등 내로라하는 소프트웨어업체도 따지고 보면 연간 매출액이 2백억, 3백억원에 밑도는 수준이다. 한글과컴퓨터의 지난해 매출액이 2백20억원(추정치). 이것은 96년 매출액과 같다. 그나마도 ‘이찬진의 컴퓨터교실’ ‘한컴네트’ 등 교육과 인터넷 등 사업에서 지원을 받은 덕택이다. ‘한메한글’‘한메타자교사’ 등으로 유명한 한메소프트도 지금은 소프트웨어를 거의 개발하지 않는다. 외국에서 하드웨어를 수입해 팔고 인터넷 유통 분야에만 집중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교육용CD롬개발업체 사장은 “개발비도 뽑지 못하는데 일할 의욕이 나겠느냐”며 “벤처기업육성이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현실을 개탄했다. 불법복제 문제도 심각하다. 싼 제품이나 PC에 끼워파는 번들 소프트웨어에 맛들인 사용자들이 소프트웨어의 ‘정당한’ 값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업체들의 한결같은 얘기. 가정은 물론 기업에서도 소프트웨어 불법복제가 만연하고 있다. PC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해 수백만원어치하는 소프트웨어들을 묶어 CD롬에 담아 개당 2만∼5만원에 음성 판매하는 대량 불법복제 판매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지원센터 유경배소장은 “소프트웨어가 제 값을 못받아 개발업체는 개발을 못하고 결국엔 신기술이 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친고죄인 불법복제 처벌을 강화하는 동시에 유통체제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