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근교의 겨울산이 붐빈다. 등산객들이 강추위속에서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줄지어 산에 오른다. 18일 서울 북한산국립공원 입구. 관리사무소측은 “평일에는 2천∼3천명이 오지만 휴일에는 2만명 이상이 몰린다”고 말했다. 이는 예년에 비해 30%이상 늘어난 숫자. 산을 내려오면 거리는 한산하다. 명절 때 귀성행렬이 빠져나간듯 적막하다. 백화점도 썰렁하다. 시민들은 비디오와 TV 등 안방극장을 즐긴다. 고속도로는 평일처럼 차가 잘 빠진다. 국제통화기금(IMF)시대의 달라진 휴일 풍경이다. 회사원 김모씨(30). 모처럼 시간을 내 이날 경기 용인의 친가에 다녀왔다. 서울 용산에서 오전 9시40분에 출발해 10시20분경 용인에 도착했다. 그는 “차가 안밀려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마음껏 달렸다. 예전에 비해 두배는 빨리 도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아파트 주차장은 차량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외식인구와 아파트 상가에서 음식을 시켜먹는 집도 크게 줄었다. ‘외식업소’가 몰려 있는 서울 여의도 모 빌딩은 휴일에 평균 1천여명이 다녀가곤 했으나 최근에는 절반정도로 손님이 줄었다. 놀이시설도 마찬가지. 휴일손님이 20∼30%씩 감소했다. 종전에는 추운 날씨때문에 매식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요즘엔 엄동설한에도 음식을 싸가지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 스키장 등에서는 할인쿠폰을 나눠주지만 내장객은 늘어나지 않는다. 그나마 찾아온 사람들도 상대적으로 값싼 눈썰매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겨울이면 3, 4차례씩 스키장을 찾던 P씨(43·서울 서대문구 홍제동)는 올해는 한번 다녀온 뒤 발을 끊었다. 교회나 사찰은 많은 신도로 북적거린다. 실직 등 마음고생을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 서울 성북구 종암동 모 교회 목사는 “최근 신도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경제문제 상담이 늘어나 경제회생 기도를 자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헌금과 시주가 눈에 띄게 줄었다. 서울 강남의 유명사찰 주지는 “벌여놓은 불사는 많은데 시주가 절반 가량 줄어들어 어려움이 많다”며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이원홍·윤종구·금동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