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나를 있게 한 것은 동네의 공공도서관이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이 지난해 북미지역 공공도서관 건립비로 2억달러를 내놓으면서 한 얘기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미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하다. 지역주민들에게 각종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야 할 공공도서관이 규모나 장서수에 있어 미흡하기 짝이 없다. 최근 수적으로는 다소 늘고 있으나 정보화시대 지역주민들의 욕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문화체육부가 발간한 97 전국공공도서관 현황에 따르면 서울에 30개의 공공도서관이 있으며 인천 8개, 경기 41개 등 전국적으로 3백50개의 공공도서관이 있다. 그러나 서울에서조차 공공도서관이 일부 지역에 편중, 25개 구 가운데 10개 구에는 공공도서관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을 없애기 위해 1천억원의 예산을 들여 2000년 완료예정으로 ‘1구1도서관’ 사업을 추진중에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외국과비교해 보면 공공도서관 부족현상은 심각하다. 인구 1백만명당 공공도서관수가 현재 3개, 2000년 4개로 뉴욕(15개) 파리(8개) 도쿄(13개) 등 세계 주요도시에 크게 뒤지고 있다. 특히 서울은 도서관당 인구(97년 통계)도 35만1천4백33명으로 전국 평균 13만9백17명의 2.7배나 되며 인구 1인당 장서수도 0.31권으로 전국평균 0.34권보다 적다. 미국 2.7권 영국 2.7권 프랑스 1.4권 일본 1.5권 등에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 장서가 부족하다 보니 서울의 경우 이용자 1인당 열람책수도 1.25권, 대출책수 0.4권에 불과하다. 수도권인 인천은 열람 0.7권 대출 0.2권, 경기는 열람 0.6권 대출 0.3권으로 서울보다 훨씬 낮다. 이처럼 공공도서관의 한심한 실태는 예산 부족이 가장 큰 이유. 그나마 전체 예산 중 인건비가 60∼70%를 차지하고 자료구입비는 서울 11.5%, 인천 6.7%, 경기 12.4% 등으로 형편없다. 한국과 일본의 월평균 독서량을 비교하면 △초등학생은 한국 4.7권 일본 6.4권 △중학생은 한국 1.8권 일본 1.9권 △고교생은 한국 1.2권 일본 1.1권으로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성인이 되면 한국 0.8권 일본 1.6권으로 큰 차이를 나타낸다. 바로 이 점이 예산부족으로 이어져도 납세자들이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이유다. 이와 함께 공공도서관의 비전문성도 서비스질을 낮추는 요인이다. 법규상 96년 말까지 모든 공공도서관장을 사서직으로 임명하도록 돼있으나 공공도서관의 사서직관장 비율은 50.3%에 불과하다. 한 도서관장은 “예산부족과 비전문성이 공공도서관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있다”면서 “한 나라 문화인프라의 핵심을 이루는 공공도서관 낙후는 바로 사회 전체의 낙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경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