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 도봉1동 럭키아파트 옆의 무수천을 거슬러 1.5㎞ 가량 올라가면 무수울이라는 자연마을에 이른다. 이 마을 안쪽 무수골에는 태조의 딸인 의령공주와 부마 이등, 세종대왕의 17번째 아들인 영해군,영해군의 아들인 영춘군 길안군, 영춘군의 아들인 완천군 강녕군 등 조선 왕족의 묘소가 있으며 영해군의 후손이 여전히 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이곳에 있는 영춘군 이인(李仁·1465∼1507)의 신도비와 묘소가 최근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중종 4년인 1509년에 세워진 이 신도비는 영의정 남곤(南袞)이 글을 짓고 해서체의 대가인 김희수(金希壽)가 썼다. 비문에는 이인이 어렸을 때 부모를 잃고 자라서는 연산군의 핍박을 받아 부자가 함께 귀양살이를 한 왕족의 인생 역정이 기록돼 있다. 5백년 가까이 된 비문임에도 마모가 안돼 뚜렷하게 새겨진 ‘도봉’과 ‘노원’을 확인할 수 있다. 원래 이곳의 지명은 수철동(水鐵洞)이었으나 영해군 묘소의 형국이 ‘신선이 소매를 펼치고 춤을 추는 모습’(仙人舞袖之形)이라고 해 무수동(舞袖洞)으로 바뀌었다. 예로부터 이곳의 산줄기를 풍수지리상 용의 허리라고 해 개울가가 아닌 곳에서는 우물을 파지 않았다. 무수울은 그린벨트 내에 있어 자연의 풍광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등산객들의 좋은 휴식처로 꼽히고 있다. 〈조병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