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 성장. 비효율성. 시청률 경쟁. 김승수 전북대 교수가 최근 저서 ‘매체경제분석’(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 지적한 국내방송산업의 문제점이다. 8백40여쪽에 이르는 이 책은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방송산업을 수익성과 수입구조 등 경영통계자료를 통해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마침 방송가 거품빼기와 구조조정이 화두로 떠오른 시점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우선 방송사가 지나치게 많아 오히려 국가 경제와 문화 생활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5개 공중파, 29개 케이블TV, 8개 지역민방 등의 96년 운영비는 2조6천억원으로 국민총생산(GNP)의 0.5%를 차지한다. 이는 국민총생산이 한국의 13배에 이르는 일본에서 NHK와 민방의 운영비 비중이 0.58%정도임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높다. 특히 한국의 경우 한 가구당 방송 비용은 광고와 수신료를 합해 연간 40만원을 웃돈다. 방송산업의 비효율성은 생산과 경영이 비효율적이고 방송 자원이 다양하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서 지적된다. 실례로 KBS의 17개 지역방송국은 예산의 70%가 인건비로 들어가 지역프로 제작 등 고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점은 MBC도 다르지 않다. 김교수는 특히 공영방송인 KBS와 MBC가 최근 몇년간 남긴 연 수백억원의 흑자를 방송에재투자했는지에 대해서도 묻고 있다. 시청률 경쟁은 방송사의 해묵은 숙제. 이로 인해 시청자를 무시한 중복 제작과 편성이 속출, 산업의 기본 요건인 제품의 차별화를 이루지 못했고 방송사들은 해외 스포츠중계료 과열 경쟁 등으로 외화를 낭비해왔다. 또한 방송사들은 방송프로 수출은커녕 외국프로 수입에 집착, 무역적자를 확대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 적자는 93년 1백36억원에서 96년 4백92억원으로 늘어났고 2000년에는 무려 3천8백4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김교수는 또 SBS가 ‘오락 채널’이라는 꼬리표를 떼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시적 방송사업 허가를 받고 태어난 SBS이므로 사회 문화적 가치를 생산하는 경영 마인드가 아쉽다는 분석이다. 〈허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