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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화제]마르코스-아키노가문 『원수에서 동지로』

입력 | 1998-01-19 20:58:00


‘마르코스’와 ‘아키노’. 소설 ‘로미오와 줄리엣’의 ‘몬테규’와 ‘캐플렛’가 처럼 필리핀 정계의 대표적인 ‘원수 가문’이다. 그러나 이들 두 가문이 5월 총선을 앞두고 손을 잡아 ‘정치에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는 말을 입증했다. 필리핀 최대의 야당인야권연합(LAMMP)은 마르코스 전 필리핀대통령의 아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2세(41)를 5월 총선에 내보내기로 18일 확정했다. 피살된 야당지도자였던 베니그노 아키노 전 상원의원의 동생 아가피토 아키노(58)와 여동생 테레사 아키노 역시 LAMMP후보로 결정돼 있다. 따라서 마르코스와 아키노가문 사람들이 같은 정당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총선을 치르게 된 셈. 생전 마르코스대통령은 아키노의원 암살의 배후로 줄곧 지목돼 왔고 아키노의 죽음은 결국 마르코스대통령을 몰아낸 ‘피플 파워’의 계기가 됐다. 암살사건 뒤 이 두 가문은 ‘정치적 라이벌’이자 ‘대를 잇는 원수’로 여겨졌다. 그러나 총선승리라는 목표 앞에서 이들은 과거지사를 잊기로 한 듯하다. 형의 뒤를 이어 야당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아가피토 아키노는 “정치는 화해와 타협의 예술”이라며 오랜 정적(政敵)의 아들을 환영했다. 테레사 아키노는 “마르코스의 아들은 모르지만 이멜다만은 절대 안된다”며 앙금이 남아있음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큰 흐름을 막지는 못했다. 〈강수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