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金賢哲)씨 비리사건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린 20일 서울고법 법정. 이날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측은 ‘구두변론전’을 통해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였다. 권광중(權光重)재판장은 현철씨에 대한 인정신문을 마친 뒤 “지금까지는 항소이유 요지만 설명하도록 했는데 오늘은 주장할 부분을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철저히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의 창이 ‘경험칙과 여론’이라면 변호인의 방패는 논리학자를 뺨치는 ‘기발한 법리(法理)’였다. 수사검사 5명을 총동원한 검찰은 “권력형 부정비리를 없애기 위해 현철씨를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변호인은 “검찰 주장은 근거없는 추측과 독단의 진부한 나열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며 무죄논리를 내세웠다. 수인복 대신 양복차림으로 98일만에 피고인석에 다시 선 현철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밝고 여유있는 표정이었다.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는 허리를 곧추세우며 긴장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최대의 접전은 알선수재 부분. 1심은 이성호(李晟豪)씨가 현철씨에게 매달 5천만원씩 모두 12억5천만원을 준 것은 현철씨가 맡긴 50억원의 이자라며 추징하지 않는 대신 자금세탁 등 ‘금융상의 편의’를 청탁 대가로 인정해 유죄를 인정했기 때문. 이훈규(李勳圭)검사는 “이씨는 실명제가 무서워 50억원을 집에 쌓아두어 이자는 생기지도 않았다”며 “12억5천만원은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권력을 이용해 받은 뇌물이므로 마땅히 추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1심이 검찰이 기소도 않은 ‘금융상의 편의’를 내세워 유죄를 인정한 것은 편법”이라며 “정당한 계약이행에서 부수적으로 생긴 편의를 청탁의 대가로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맞섰다. 검찰은 조세포탈죄 부분에 대해 “대통령의 아들이라고 세금포탈에 면죄부를 주면 앞으로 정치인들의 부정한 자금을 단속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조세포탈죄를 신중하게 적용해야 시중의 자금흐름을 막는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는 현실론을 폈다. 〈신석호·부형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