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의 글은 미 허드슨연구소에서 연수중인 통상산업부 김용근(金容根)과장이 20일자 뉴욕타임스의 오피니언 페이지에 기고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의 5백70억달러 구제금융지원과 채권은행단의 단기부채 90일간 연기 결정에 따라 채무불이행 사태를 가까스로 모면했다. 국제기구와 은행단의 도움은 틀림없이 필요한 것이며 고맙게 생각해야 할 조치다. 그러나 동시에 국제 채권단이 한국정부에 정상적인 이자보다 5% 이상 높은 10%대의 이자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국제은행단은 자신들이 무릅써야 할 위험의 대가로 이같은 고리(高利)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은 현재의 위기를 초래한 몇가지 실수 때문에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채무자로서 의무를 이행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한국민은 낮은 경제성장률과 대량해고 그리고 수입의 감소를 수용했다.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도 IMF의 엄격한 구조조정 계획을 이행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은행 시스템과 재벌체제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다음과 같이 묻고 있다. 국제 채권단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인가. 그들도 실수와 부주의를 저질렀는데 왜 아무런 고통을 겪지 않고 있나. 한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불과 3개월전에도 그들은 한국의 은행과 재벌에 대규모 단기차관을 제공했다. 한국의 채무지불능력을 믿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투자로부터 상당한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그들은 한국의 정확한 경제상황을 파악하는 데 실패했다. 만약 한국이 채무 불이행 사태에 이르렀다면 채권단은 엄청난 손해를 입었을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채권단은 한국의 IMF 구제상황으로부터 또 이익을 챙기려고 한다. 그들이 요구하는 높은 이자는 한국을 위기로부터 구할 수 없다. 그렇게 하면 한국이 빚을 갚는 시간이 더욱 길어져 한국의 위기가 연장될 뿐이다. 결국 채권단이 두 자릿수의 높은 이자를 요구하는 것은 비이성적이며 불공정할 뿐만 아니라 눈앞의 이익만 바라보는 단견(短見)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마치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물에 빠져 죽어가는 사람과 구명대를 치우겠다며 흥정하는 사람과도 같다. 책임은 한국의 정부 기업 은행,국제 채권단등 모두에게 있다고 봐야한다. 결코 한국만이 대가를 지불해서는 안된다. 김용근(통산부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