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학문의 외길을 걸어온 서생(書生)의 삶은 담백하기만 하다. 원로사학자 민두기 전서울대교수가 펴낸 자전적에세이 ‘한송이 들꽃과 만날 때’(지식산업사). 부산 피란시절 이후 거의 반세기, 동양사에 대한 열정 하나로 만만치 않던 격동의 세월을 헤쳐나간 저자의 역정이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우선 돋보이는 대목은 그의 지적 편력. 전쟁의 와중에도 중국사 그리스철학 인류학 그리고 마르크스 엥겔스 서적을 밤새워 섭렵했던 이야기 속엔 어려운 시절일수록 학문의 빛이 진정 발한다는 그의 올곧은 신념이 잘 배어있다. 이제 60대 후반에 들어선 민교수. 그는 나이든다는 것을 ‘한송이 들꽃을 꺾어 손에 쥐려하지 않고 먼발치에서 그냥 바라볼 수 있는 여유’에 비유한다. 삶의 지혜를 보여주는 노교수의 진집함 혹은 넉넉함. 바로 ‘온고지신(溫故知新)’ 그 자체가 아닐까. 〈이광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