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은행장실이 비어 있다. 은행장들은 벌써 여러날째 지방 영업점과 거래 업체를 돌고 있다. 지점장에게는 대출을 독려하고 현지 업체로부터는 대출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듣는다. 어떤 은행장은 서울과 광주, 대구지역 지점을 하루에 도는 강행군도 불사한다. 기업, 특히 수출기업의 자금사정이 어렵다는 지금 은행장들이 직접 대출을 챙기는 모습이 신선해 보인다. 하지만 정작 금융가에서는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새정부에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면 은행장이 발벗고 뛰어야 한다는 하소연이다. A은행 관계자는 “점포순시와 현지 중소기업인 면담 실적을 매일 고위 관계기관에 팩스로 보고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은행장들의 대출독려 행진은 9일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과의 간담회 직후 시작됐다. ‘중소기업 대출이 잘 되는지 은행장이 직접 챙겨달라’고 당부한데 대한 화답이다. 그러나 은행장들이 자리를 비우면서 결재가 며칠씩 지연되는 등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이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