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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한파 불꺼진 실험실…대학연구소 기자재값 폭등 비상

입력 | 1998-01-23 19:59:00


첨단 과학기술 연구를 위해 밤낮없이 불을 밝혀야할 대학 실험실과 연구소들이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연구 활동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환율 폭등에 따라 필수적인 시약이 제때 공급되지 않고 있는데다 완성단계에 이른 연구 프로젝트들이 기업의 자금 지원 중단으로 사장될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 연구원들 사이엔 “수입 사료값을 감당하지 못해 조만간 실험실에서 몰모트(실험용 쥐)를 찾아 보기 힘들 것”이라는 자조섞인 농담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경희대 L교수는 최근 새 학기에 치대생들이 쓸 실습 재료를 사러 세운상가에 갔다가 무안을 당했다. 가격이 두배로 오른 것은 물론 물량이 없어 살 수도 없었기 때문. 재료상은 한술 더 떠 그에게 “아직도 연구를 하십니까”라고 되묻기까지 했다.L교수는 “인공 치아 모형을 만드는 실습을 해야하는데 어떻게 수업을 진행할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는 94년부터 진행시켜왔던 유압펌프개발 프로젝트가 자금지원 기업의 부도로 중단된 상태. 다른 3,4개의 프로젝트도 기업의 자금 지원이 끊겨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연세대 생화학연구실은 최근 실험에 필수적인 DNA구조의 사진을 찍는 기계를 가격이 폭등해 사지 못했다.생명공학과 연구실도 지난해 1억원에 주문한 시료 성분분석기(HPAC)가 2억원으로 가격이 폭등, 구입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가에서 연구비가 지급되는 한국과학기술원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환율 폭등으로 기자재 대금을 지불하지 못해 10여개의 실습 장비 구입이 보류됐다. 응용과학부에서 신청한 ‘핵자기 공명분광기’도 가격이 1억2천만원에서 2억원으로 껑충 뛰어 구입여부에 대한 재심사를 벌이고 있다. 필수 시약도 동이 났다. 연구소들은 보유하고 있는 시약들을 서로 교환해가며 사용하거나 재사용하는 등 비상 대책을 쓰고 있지만 3,4월경이면 재고가 바닥난다. 서울대 공대 이장무(李長茂)학장은 “실험 실습의 축소 및 중단은 단순히 대학교육의 위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미래 경쟁력 상실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이 훈·전승훈·하태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