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중인 일본 최고유력지 아사히(朝日)신문의 마쓰시타 무네유키(松下宗之)사장이 23일 오전 제휴지인 동아일보의 김병관(金炳琯·발행인)회장을 예방, 한일간 현안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다. 아사히신문은 한국의 대통령선거 후 세계 언론중 처음으로 22일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과 단독회견을 가졌으며 마쓰시타사장은 이 회견에 이어 이날 동아일보 충정로사옥을 방문, 40여분간 김회장과 만났다. 김회장은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한일어업협정 파기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서 김차기대통령이 아사히신문과의 회견에서 ‘모욕적인 일’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공감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마쓰시타사장은 “불행한 사태라고 생각한다”며 “양국간 어업 조업에 문제가 있어 새로운 협정을 맺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을 필요는 있지만 (일본의) 이번 파기결정은 좀 성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회장은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일본 내에서는 IMF 패키지 속에서 한국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과 독도 문제를 연계하려는 움직임이 일부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이라면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마쓰시타사장은 “내셔널리스트 가운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지만 러시아에 대한 지원과 일―러간 영토문제 해결을 연계하는 것과 같은 발상으로 독도 문제를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독도 문제가 일―러간 영토 문제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일본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며 “일부에서 의도적으로 한국에 대한 자금 지원과 독도 문제를 연계하려 한다고 들은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회장은 김차기대통령이 73년 도쿄에서 발생한 자신의 납치사건과 관련,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고 아사히신문과의 회견에서 밝힌 데 대한 일본 언론의 입장을 물었다. 마쓰시타사장은 “일본 정부도 엉거주춤하게 사건을 방치한 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진상을 밝혀내고 책임소재를 가리는 일은 (한일관계에 있어서) 일본 정부에 남아 있는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으로서도 역사적 사실은 나쁜 일이건 좋은 일이건 사실대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회장과 마쓰시타사장은 2002년 월드컵축구의 한일 공동개최를 성공시키기 위해 양사가 펼치고 있는 스포츠 문화 및 인적 교류사업을 더욱 내실있게 발전시켜 월드컵의 성공과 한일간 우호증진에 기여할 것을 다짐했다. 이날 간담에는 동아일보의 오명(吳明)사장과 정구종(鄭求宗)편집국장, 아사히신문의 오구리 게이타로(小栗敬太郎)편집국장 기요타 하루히토(淸田治史)외보부장 오다 가와고(小田川興)편집위원 등이 동석했다. 〈정용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