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이 당선후 국내외언론 중 처음으로 가진 일본 아사히(朝日)신문과의 인터뷰는 국내외정책에 관한 그의 구상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김차기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외치(外治)분야에서는 한일관계와 남북관계, 내정(內政)분야에서는 재벌개혁과 공동정권운영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대외정책분야에서는 일본 유력신문과의 인터뷰라는 점에서 한일관계를 설명하는 데에 주력했다. 그가 밝힌 향후 대일(對日)정책의 기조는 “선린우호(善隣友好)를 추구하겠지만 따질 것은 따지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남북한 일본 미국 중국 러시아 몽골을 포함하는 ‘아시아7개국 안보회의’구상을 비춘 것이나 일본문화수입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를 표명한 것 등은 일본을 ‘이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김차기대통령은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밝히고 그 시정을 촉구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일방적인 한일어업협정 파기에 대해 ‘모욕적’이라는 용어까지 사용하며 강도높게 비난하고 73년의 ‘도쿄(東京)납치사건’에 대해서도 진상규명을 희망했다. “일본의 문제는 이웃나라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특히 일본이 ‘IMF환란(換亂)’과 50년만의 정권교체기를 틈타 어업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데 대해 김차기대통령이 상당히 분개하고 있는 점은 새정부 출범후 대일외교정책의 기조를 결정하는데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 남북관계는 ‘정경분리’원칙하에 당분간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에 치중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대내적으로는 재벌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천명한 점이 눈에 띈다. “그룹별로 주력기업을 3∼5개 정도만 남기고 정리해야 한다”는 언급은 근본적인 구조조정, 특히 ‘빅 딜’에 뜸을 들이고 있는 재벌들에는 ‘최후통첩’의 의미가 있다. 현재 일부에서는 ‘빅 딜’의 강요 등 재벌개혁드라이브가 초법적이지 않느냐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이는 김차기대통령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김차기대통령이 직접 ‘빅 딜’의 구체적인 기대치를 제시한 것은 재벌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시함으로써 강도높은 후속조치를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공동정부운영에 관해서는 내각제개헌추진과 국무총리권한보장 등을 자민련에 약속했다. 그러나 “‘헌법에 따라’ 총리권한을 존중하겠다”며 다소 미온적으로 언급, 자칫 ‘국무총리권한특별법’의 제정 등을 추진하고 있는 자민련과의 마찰요인이 될 수도 있다. 〈최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