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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이영란/경찰청, 총리산하에 두자

입력 | 1998-01-23 19:59:00


김대중차기대통령의 당선직후 첫 기자회견에서의 제일성은 민주주의와 경제를 병행 발전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지방자치 강화와 아울러 지방자치경찰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건국이래 최대의 경제난이라고 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집권하게 된 대통령으로서 경제발전에 역점을 두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와 동일한 비중으로 민주주의의 발전을 역설한 것은 역시 오랜 정치생활동안 역경과 시련을 겪은 정치인으로서의 철학이 담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요즈음 이러한 기본과제를 수행하고 정권을 인수하기 위한 준비의 일환으로 경찰조직을 포함한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논의과정을 보면 경찰의 발전과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는 당위적 목표에 대해서는 이해집단을 초월하여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으나 어떻게 그 목적을 달성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에 있어서는 상당한 논란이 있다. 경찰은 대외적으로 국가의 안전보장을 유지하는 군대와 더불어 대내적으로 국민생활의 안녕질서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국가적 권력작용이다. 따라서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없이는 참된 민주주의 발전이 있을 수 없고 경찰이 정치적으로 중립적 위치에서 공정한 법집행을 하지 않는다면 삶의 질 향상도 기할 수가 없을 것이다. 정부수립이후 경찰은 내무부 치안국에서 보조기관인 치안본부를 거쳐 91년 13대 국회때 경찰법을 개정하여 경찰청으로 승격되었고 내무부장관 산하에 경찰위원회를 두어 운영하는 등의 나름대로 시대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보여왔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국민의 인권의식이 현저히 높아졌고 국회와 언론의 기능이 활성화돼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크게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면적인 지방자치의 실시, 고도 산업화와 정보화의 급진전과 같은 변화에 따라 국민의 경찰 변화에 대한 요구가 더 한층 증대되면서 경찰은 아직도 국민의 애정과 신뢰를 받기보다는 질책과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조직개편의 문제가 정치변혁기마다 제기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경찰조직개편을 논의할 때 유념해야 할 문제는 무엇보다도 민주적인 경찰, 공정한 법집행을 할 수 있도록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된 경찰, 차원 높은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경찰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경찰청을 내무부에서 이름이 바뀔 자치부에 존속시키는 것보다는 자치부로부터 독립시켜 국무총리 소속하에 경찰위원회제도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으로 자치부의 업무는 현재의 내무행정에서 지방재정과 자치단체에 대한 지도감독업무 위주로 크게 변화되기 때문에 경찰을 자치부에 존속시킬 명분이 없다. 그보다는 국무총리 소속하에 경찰위원회를 두어 경찰청을 관리하게 하는 것이 경찰권 행사의 독자적 자의적 판단을 배제하고 정치적 중립과 민주성을 보장할 수 있는 더 나은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지방경찰제의 도입은 이상과 현실의 조화점을 모색하는 선상에서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아직 발전단계에 있고 지역이기주의로 인한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마약이나 조직폭력 인신매매 등의 국제적 범죄는 점점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에 국제경찰 공조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따라서 자치경찰제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점들이 고려되는 방향에서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치안여건과 경찰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이상적인 제도만을 고집해서는 안되지만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정치적 입장에 따라 뒤바뀌어서는 안된다. 이영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