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종료 버저가 울리자 대웅제약 전나영은 타월로 얼굴을 감싼 채 눈물을 쏟았다. 이내 벤치로 돌아온 모든 선수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6년전인 92년 소속팀 빠이롯트가 해체됐을 때 전나영은 팀의 막내였다. 지금은 팀의 주장. 큰언니로서 또다시 팀이 해체되는 아픔은 오죽했을까. 23일 올림픽제2체육관에서 열린 97∼98농구대잔치 여자부 상업은행과 대웅제약의 경기. 전날 회사측으로부터 해체통고를 받은 대웅제약 선수들은 이날이 마지막 경기. 경기 전 문재국 코치는 “마지막 경기니까 후회없이 해보자”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선수들은 마음을 다져먹고 코트에 나섰다. 그러나 힘이 날 리 없었다. 59대67로 패배. 1승6패가 마지막 대회인 이번 대회의 성적표다. 경기종료 후 다시 선수대기실. 울먹이는 선수들을 향해 문코치가 말문을 열었다. “그동안 열심히 했다, 이상.” 대웅제약은 이달초까지만 해도 여자프로농구 동참을 잠정결정, 선수들은 ‘한번 해보자’는 의욕에 차 있었다. 장신센터가 없어 다 이긴 경기를 내주곤 했던 선수들은 회사측이 해체한 코오롱의 국가대표센터 정진경을 뽑아주겠다고 약속해 더욱 힘이 났다. 그러나 정진경 선발 백지화, 그리고 뒤이은 팀해체 결정. 선수들의 아픈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문코치로서는 더이상 할 말이 없었다. 전나영과 조현정은 명지전문대 체육과에 입학원서를 냈다. 명지전문대에 농구부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저 ‘막막해서’라는 게 이들의 대답. 전나영은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오라는 팀이 없으니 춘천집에나 가서 있어야죠”라며 고개를 숙인 채 체육관을 떠났다. 다른 선수들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회사측은 근무를 희망하면 받겠다고 했지만 농구볼만 잡았던 선수들로선 다른 일을 하기가 겁난다. 떠나는 선수들을 보며 문코치는 체육관 복도에서 연신 담배를 피웠다. 고려대 지휘봉을 놓고 한동안 농구를 떠났다가 지난해 다시 코트로 돌아온 그도 앞 일이 막막하다. 이날 올림픽공원엔 유난히 겨울바람이 매서웠다.문코치와 대웅제약 선수들의 가슴속엔 이보다 더 찬 바람이 불고있을지도 모른다. 〈전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