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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체 『원자재를 주세요』…공급차질 『비명』

입력 | 1998-01-25 19:14:00


일부 수입업체들이 수입한 원자재를 정상적으로 출고하지 않고 대량으로 매점매석, 수출은 물론이고 내수용 생산에도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조짐이다. 원자재 수입업체 중에는 물량을 충분히 확보해놓고도 국내 공급가격의 상승을 노려 창고에 쌓아놓고 현금으로 구입하겠다는 제조업체들에까지 공급을 조절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 적지않은 수출업체들은 원자재 확보난과 함께 ‘환율 급등으로 채산성이 좋아졌으니 가격을 내리라’는 바이어들의 요구 때문에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원자재 사재기〓중소 전자제품 수출업체인 S사는 최근 원자재를 구하기 어려워 원자재 유통경로를 거꾸로 추적했다. S사는 이같은 추적을 통해 수입업체가 도매상들에게 원자재를 공급하지 않고 창고에 쌓아둔채 가격이 오르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염색업계도 최근 염료업체들이 공급을 제대로 하지 않아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외국에서 원료를 들여와 염료를 만드는 국내 화학업체들이 현금을 먼저 받고난 뒤에만 염료를 제한적으로 공급하고 있기 때문. 한국염색공업협동조합 이규한(李圭漢)전무는 “현금결제 요구도 문제지만 현금을 줘도 필요한 양의 절반도 얻기 힘들다”며 “염료업체들이 폭리를 취하기 위해 공급을 조절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역투자진흥공사는 “원자재 거래는 일반 소매상품과 달리 잘 노출되지 않고 가격감시 체제가 갖춰지지 않아 중간상들의 횡포가 심하다”면서 정부가 나서서 철저하게 단속하지 않으면 가까운 시일내에 ‘원자재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부 원자재 수입업체들은 원자재 대란을 예상하고 비축에 더욱 열을 올리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수출업체 관계자들은 말한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대기업들의 원자재값 부당인상에 대한 중소기업인들의 애로 호소가 잇따르자 26일부터 ‘원자재 수급애로 신고센터’를 설치 운영키로 했다. ▼바이어 가격인하 요구〓전자제품 수출업체인 S사는 지난해 10월 계약을 체결, 선적을 앞둔 상태에서 최근 바이어로부터 “계약가격을 20% 깎아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 바이어는 가격인하와 선적중단 가운데 한쪽을 택하라고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또 K사 등 다른 전자업체도 “환율이 올라 수출채산성이 좋아진 만큼 가격을 깎아주지 않으면 수입하지 않겠다”는 바이어들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박래정·박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