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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예약문화]예고없이 『펑크』…실수요자만 골탕

입력 | 1998-01-25 20:29:00


항공사들은 명절과 휴가철이 되면 한바탕 난리를 치른다. 항공편으로 귀성길이나 휴가에 나서는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 항공권은 출발일 기준으로 3백52일(대한항공)이나 3백54일(아시아나항공) 전부터 예약할 수 있다. 이번 설 연휴의 경우 지난해 2월 항공권 예약이 이미 끝났다. 내년 설 항공권은 다음달 초에 예약을 받을 예정. 귀성 열차표와 마찬가지로 명절 항공권을 구하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 접수시작 20분만에 끝나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좋은 시간대는 10분도 안 돼 예약이 완료된다. 그러나 이런 소동을 치르고 난 뒤 1년가까이 지나면 이젠 항공사가 허탈해 한다. 항공권을 구입한 승객 중 20∼30% 가량이 아무 연락없이 비행기를 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손님이 밀려 있는데도 예약이 끝나 더 못받았는데 정작 비행기를 띄울 땐 빈 좌석이 남아 도니 항공사 입장에선 기가 막힐 일이다. 사전예고없이 예약을 펑크내는 ‘노 쇼’(no show)비율은 대한항공 10∼15%, 아시아나항공 20∼30%. 지난해 추석 때 아시아나의 서울∼부산, 서울∼울산 노선은 각각 39, 34%나 됐다. 빈 좌석은 대기승객으로 채우지만 그러고도 남는 자리는 결국 손해봐야 한다. 사정이 이러니 대기명단에 있다가 비행기를 탄 승객이 “이렇게 남아도는데도 예약 때 왜 좌석이 없다고 하느냐”고 따지는 것도 당연하다. 항공권을 취소하면 요금의 10∼20%를 수수료로 내도록 돼 있으나 실제로는 거의 받지 않는다. 승객들에게 언짢은 기분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약속을 안 지켜도 손해보지 않는다는 몰상식을 부추기는 셈이다. 노 쇼는 콘도업계에도 골칫거리. 국내 8개 콘도를 운영중인 한화국토개발의 경우 예약부도율이 평균 11∼12%에 이른다. 이런 점을 감안, 초과예약을 받아두기도 하지만 특히 여름휴가철에는 예약객들이 ‘예상외로,멀쩡하게’ 한꺼번에 몰려 객실부족으로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 호텔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 예약문화가 몸에 밴 외국인을 포함, 고객수준이 높은 편이어서 노 쇼가 대부분 5%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화 한 통화로 예약변경 사실을 미리 알려주는 에티켓이 아쉽다고 입을 모은다. 수요와 공급이 예측가능한 사회,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건설교통부와 항공사는 이번 설부터 명절기간 중 노 쇼 승객에 대한 수수료를 30∼50%로 높였다. 에티켓을 강제수단으로 가르친다는 구상이지만 실제 어떤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송상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