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의 지도자에서 갑자기 ‘섹스 스캔들의 제왕’이 된 듯한 빌 클린턴대통령 때문에 미국의 어머니들은 요즘 괴롭다.특히 어린 자녀들이 이것저것 꼬치꼬치 물어볼 때 그렇다. “간통이 뭐야?” “대통령이 잘못한 거지?” “대통령 부인은 슬퍼 해?” “탄핵은 뭔데?” 신문이나 TV를 보며 아이들은 부모 곁에서 거침 없이 묻는다. 식탁에서도 질문은 멈추지 않는다. 진지하게 질문에 답해주려고 해보지만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금세 곤혹해진다. 권력이나 돈에 관한 추문이라면 설명하기가 덜 난감하겠지만 이건 남녀간의 정사(情事), 그것도 대통령과 이런 저런 여성들간의 ‘금지된 정사’에 관한 얘기다.도대체 어디서 어디까지 말을 해줄 것인가. 어머니들의 답답한 심정을 간파한 워싱턴 포스트지는 23일 “고민하는 어머니들에게 조언한다”며 ‘분명하게 설명해 줄 것과 피할 것’에 관한 기획기사를 썼다. “혼외정사는 아내나 남편이 아닌 사람을 사랑함으로써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거야. 대통령이 그런 일을 했다면 큰 잘못이지….” “르윈스키란 여성은 대통령의 아내가 아니란다. 너희는 학교에서 ‘가정의 행복이 제일’이라고 배웠지? 아내가 아닌 사람을 대통령이 사랑했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지.” 이같은 조언들이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요즘 미국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보기 전에 아침식탁에서 신문을 치우고 TV뉴스의 채널도 돌리고 있다. 학부모회의는 성추문 보도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기도 한다. 클린턴은 27일 발표하는 연두교서에서 교육문제와 어린이 보호를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들의 ‘기피인물’이 된 그가 내놓는 어린이 보호정책이 무슨 설득력을 가질 것인가. 이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