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내수(內需)산업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수출산업은 환율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어려운 가운데서도 호전되는 부문이 있지만 내수산업은 판매와 수익성이 감소하고 비용이 늘어 이중삼중의 경영난을 겪고 있다. 내수산업은 수출산업에 비해 노동 집약적이어서 고용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크다. ▼내수산업 위기 실태〓작년 부도업체중에서는 대표적인 내수산업인 소매업과 건설업체가 단연 많았다. 작년 1∼11월중 소매업 부도업체수는 3천6백74개로 전체의 26.3%, 건설업은 1천9백77개로 14.2%를 차지했다. 96년 같은 기간의 부도업체수와 비교해보면 소매업은 145.6%, 건설업은 28.0% 증가했다.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작년 11월말 이후 주택 건설업체들은 분양계약금과 중도금이 들어오지 않아 우량업체 중에서도 상당수가 부도를 냈거나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다. 유통업을 보면 올 들어 대형 백화점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10∼20%씩 줄어들고 재래시장은 설경기가 아예 실종됐다. 의류업체들은 소비심리 위축으로 매출이 급감하자 가격을 60∼80% 낮췄으나 매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의류업체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은 나산그룹 안병균(安秉鈞)회장은 지난해 말 화의신청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국민이 지금처럼 소비를 줄이면 내수산업이 다 망한다”며 “합리적인 소비를 권장해 달라”고 촉구했을 정도. 자동차산업는 작년 12월 국내 판매대수가 전년동기보다 41% 감소했다. 올들어서는 감소 현상이 더 빨라지고 있다. ▼내수산업 위기 원인〓감원과 감봉으로 소비자의 소득이 줄어든 데다 소비절약 분위기마저 확산돼 매출감소는 날이 갈수록 심해질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 폭등과 금리 급등으로 비용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비용이 오르면 가격을 올려야하는데 내수업종은 당장 부도를 면하기 위해 할인 판매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양동욱(梁東彧)산업분석과장은 “내수산업은 수출산업에 비해 경영여건 뿐만 아니라 수익구조가 취약하다”면서 “96년 수출산업이 1만원어치를 팔아 1백33원을 남긴 데 비해 내수산업은 86원을 남기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내수산업 활성화 대책〓고려대 곽상경(郭相瓊·경제학)교수는 “내수산업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합리적인 소비를 적극 권장하는 것”이라면서 “소득과 함께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지나친 소비절약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부유층의 소비를 무조건 백안시하는 분위기도 사라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