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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세계스포츠 「거목」김운용]『IMF 겁먹지말자』

입력 | 1998-01-25 20:29:00


별명 ‘동방불패’. 태권도 공인 5단. 우리나라에서 국제전화료를 가장 많이 내는 사람중의 하나. 꿈도 영어 불어 일본어 스페인어 독일어 한국어 러시아어로 번갈아 가며 꾼다. 도대체 이 사람은 누구일까. 아차 또 있다. 지구촌 스포츠부통령. 쇼팽의 ‘즉흥환상곡’이나 파데레프스키의 ‘미뉴에트’를 전문 피아니스트 뺨치게 잘친다. 그런데 무지무지하게 바쁘다. 1년에 서너달은 외국이나 비행기 속에서 보낸다. 바쁜 사람 김운용(金雲龍·67)대한체육회장을 윤득헌(尹得憲) 체육부장이 만났다. 그는 설날인 28일엔 일본 나가노(長野)로 간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집행위원회와 총회 참석에 이어 동계올림픽을 참관한다. 최근 독일의 스포츠 유력지‘스포츠 인테른’이 그를 ‘세계스포츠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지도자’중 2위로 뽑았다. 1위는 사마란치 IOC위원장. ▼ 운동 게을리하면 진다 ▼ 요즘도 피아노를 칠까. 그의 어릴적부터의 꿈은 외교관이나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 “어휴 요즘엔 거의 피아노 근처에도 못가요. 자주 안치면 손가락이 굳는 법인데…. 어때요? 머리 새치도 많이 늘었지요?” 김운용회장은 직함이 많기도 하다. IOC집행위원, 국제경기단체총연합(GAISF)회장, 대한체육회장 겸 대한올림픽위원회위원장, 세계태권도연맹(WTF)총재 등 굵직한 것만해도 열손가락을 꼽아야 다 셀 수 있다. 이중 세계태권도연맹총재는 73년 창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무려 25년을 맡고 있다. 2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회관 13층 대한체육회장실. 일욕심 공부욕심 많기로 소문난 김회장은 뭔가를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다. 뭘까? 또 외국어 공부하나? “아닙니다. IOC 등 국제기구에서 보내오는 영어 불어 문서들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일이지요. 사실 다른 외국어는 요즘 통 못해요. 하기야 외국어도 안쓰면 자꾸 잊어버리게 됩디다. 지난주 모스크바를 다녀왔는데 첫날은 입이 잘 안떨어지더니 사흘쯤 되니까 좀 되더군요. 운동선수가 하루라도 운동을 안하면 게임에 지는 이치와 같습니다.” 김회장의 공부 욕심은 유명하다. 영어 불어 일본어 스페인어 독일어 도사인 김회장이 러시아어를 배운 건 57세 때. 88올림픽 참가문제로 구소련 사람들을 접촉하면서 밤을 새우며 공부했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은 중3때 원문으로 독파했다. 국제통화기금(IMF)시대에 체육계 사정은 어떨까. “끄떡 없습니다. 적어도 스포츠분야에 있어서만은 한국은 G7국가 입니다. 우리는 서울올림픽과 92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통해 세계스포츠 강국인 G7에 진입했습니다. 물론 서로 열심히 협동해서 구조조정도 하고 거품을 뺄건 빼야죠. 대학이나 실업팀의 과다한 선수 스카우트 비용이 그 거품의 좋은 본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실업팀들이 잇따라 해체되는 것은 과다한 스카우트 비용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가 유치한 국제대회는 최소 경비로 최대효과를 내는 쪽으로 가야 됩니다. 2002년 일본 후쿠오카(福岡)에서 개최되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기존의 돔구장안에 가설 풀을 만들어 치를 예정이라고 합니다. 경비는 2억엔밖에 들지 않는 답니다. 풀을 신설할 경우 50억엔이 드는 것과 비교할 때 엄청난 절약인 셈이죠. 우리도 그런 것들은 과감히 배워야 됩니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은 어떤게 더 중요할까. “수레의 두바퀴와 같은 것이죠. 어차피 생활수준이 향상되면 사람들의 관심은 스포츠와 레크리에이션쪽으로 가게 마련입니다. 생활체육은 어릴 때부터 자기가 좋아하고 자기 몸에 맞는 운동을 생활화 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생활체육이 강하다고 반드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많이 따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은 인구 11억명에 자전거가 7억대나 되지만 올림픽 사이클종목에서 금메달을 못따지 않습니까? 유능한 지도자와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한 것이죠. 두분야 이외에 사실 학교체육도 중요합니다. 앞으로 체육회안에 학교체육과를 신설, 학교체육에 대한 실태파악과 함께 체육계 차원의 대응책을 찾을 계획입니다.” 그럼 내달에 있는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을 몇개나 딸 수 있을까. “이규혁 제갈성렬 김윤만 등 스피드스케이팅과 남녀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3,4개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때는 금메달 4개로 세계6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때 일본은 금메달이 하나도 없었죠. 이번에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그동안 우리가 약했던 루지 바이애슬론 스키점핑 스노보드 종목 선수들이 출전자격을 얻어 참가한다는 것이죠. 다음 대회때쯤이면 그 꽃이 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동계올림픽에는 북한 선수단도 참가합니다. 자연스럽게 남북 스포츠 접촉이 이뤄지리라 여겨집니다.” 그동안 외국매체 등에서 ‘세계스포츠계의 2인자’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 본인은 정작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차기 IOC위원장은 가능한 것일까. “아이고 그 얘기는 꺼내지도 마십시오. 중요한 것은 지금 맡고 있는 제 일을 열심히 하는 것입니다. 모든게 다 천운이 있어야 됩니다. 그때가 오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됩니다. 지금은 한국체육과 올림픽 발전에만 신경을 쓰고 싶습니다.” ▼ 국제전문가 육성 시급 ▼ 김회장은 틈만 나면 세계의 물결을 주시하라고 말하는 ‘세계화 주의자’. 스포츠 마케팅을 발전시키면 웬만한 수출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미국의 한 비타민회사는 현재 태릉선수촌의 국가대표선수들을 대상으로 비타민을 무료로 공급해주고 있다. 또 장기적인 안목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미국 NBC방송국은 이미 2004년, 2008년 올림픽 방영권 계약까지 했다. 미국 등 선진국 기업들이 스포츠 마케팅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좋은 예다. 그러나 그게 어디 하루 아침에 되는 일인가. “인재를 키우고 각종 정보를 축적하고 경기시설을 확충해야 합니다. 경기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국제전문가가 없으면 대우를 못받습니다. 우물안 개구리식으로 안에만 있으면 발전이 없습니다. 늘 세계를 내다 보면서 그 물결보다 한발짝 앞서 나가는개竄傷鄂爛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