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처절한 감량경영을 하면서 혹시나 내일의 성공의 기반이 되는 부분까지도 칼을 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그것은 당장 오늘 생산하는데 필요한 부분이라기보다는 ‘내일도 잘 팔기 위한 노력’에 소요되는 투자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디자인과 기술혁신 등이 포함될 수 있다. 특히 세계적인 성공상품 개발의 가장 효과적인 경영전략으로 떠오른 디자인은 최근에야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었다. 그런데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많은 기업들이 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미루거나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듯하다. 일부 중소기업에서는 기업이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있는데 무슨 디자인 개발이냐는 식의 대처를 하고 있다. 감량경영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생존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당장 생산에 직결되는 부분을 제외한 분야의 투자를 줄이거나 없애고 나서 다행히 살아 남았다고 하자. 그 다음엔 과연 무엇을 만들어 팔 수 있는가. 소비자들의 취향과 시장동향이 급속히 변하는 요즘, 어제 잘 팔리던 상품으로는 오늘의 소비자조차 설득하기 어려운 국내외 시장상황이다. 이 속에서 후속상품이 없다는 것은 기업의 생명력이 다했다는 것과 다름없다. 내일 팔릴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지 못한 기업은 오늘 생존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런 기업은 오늘과 마찬가지로 내일도 생존을 위해 정신없이 버둥거려야만 한다.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1달러라도 더 수출하는 길밖에 없는데 소비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살아 있는 디자인이 필요 불가결한 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 불황이든 호황이든 팔리는 상품은 뭔가 달라도 다른 상품이다. 디자인이 바로 이런 차이를 만들어주는 핵심요소다. 우리 정신이 깃들인 디자인을 개발하여 내일을 준비해야 오늘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이다.많은 중소기업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지원과 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높이려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이재국(우양코퍼레이션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