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당하고만 살아야 합니까. 선량한 어부들을 나포한 뒤 아직까지 풀어주지 않는 이유가 뭡니까.” 지난해 12월31일 일본 해상보안청에 의해 나포된 부산선적 길상호(10t)선장 장익수(張益洙·46)씨의 부인 김미옥(金美玉·37·부산시 중구 동광동5가)씨는 설을 앞둔 26일 “올 설은 거꾸로 쇠게 됐다”며 울분을 삼키지 못했다. 당시 쓰시마(對馬)인근 해역에서 소형기선저인망 어선으로 고기잡이를 하던 장씨는 전관수역 침범혐의로 나포된 뒤 현재 일본 해상보안청에 구금된 상태. 장씨는 같은 지역에서 지난 2일 나포된 성림호(7t)선장 박청호(朴靑浩·37·부산 서구 남부민동)씨와 함께 정식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땅에서, 그것도 어업협정 파기로 한일관계가 얼어붙고 반일감정이 격해지고 있는 마당에 설을 맞아야 할 이들과 가족의 심정은 참담하기만 하다. 다음달 12일 재판을 받더라도 각각 80만엔 가량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6평짜리 단칸방에 4명의 식구가 함께 사는 장씨의 형편상 벌금을 내기는 힘든 실정. 불법조업중 나포됐다는 이유로 우리 정부측에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해 주지 않고 있어 실형을 살아야 할 딱한 처지에 놓였다. 식구들 생계때문에 남편이 나포된 뒤 돈벌이에 나섰다는 김씨는 “큰집이 있는 진해에도 가지 못하고 남편소식만 기다려야 할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원양군(16) 은경양(14) 등 장씨의 자녀들은 “오늘이라도 아버지가 돌아와 온 가족이 함께 설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한편 성림호 선장 박씨의 가족들은 며칠전부터 집을 비운채 큰집이 있는 서울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조용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