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설연휴를 마치고 일터로 복귀한 30일. ‘모래판의 골리앗(2m17)’ 김영현(22·LG증권)은 고향 부산으로 갔다. ‘국제통화기금(IMF)시대’라 부모님 선물은 준비하지 못했지만 황금소 트로피를 품었으니 마음만은 꽉찼다. 모래판 3강인 신봉민(현대)과 김경수(LG), 이태현(무소속)을 차례로 꺾고 98설날장사에 오른 김영현.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김영현은 자신이 모래판을 평정한 것이 생각보다 늦었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 기중기’라고 불리지만 상대방을 들어메친 적은 거의 없다. 늘 ‘밀어치기 명수’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그런 김영현이 확 달라졌다. 대회 8강전에서 이태현을 왼덧걸이로 쓰러뜨린 김영현은 준결승에서는 신봉민을 들배지기로 메쳤다. 결승에서도 잡치기와 되치기 등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며 김경수를 3대2로 눕혔다. 자신의 말처럼 김영현은 늦게 떴다. 95년 단국대 시절 아마 8관왕에 오른 김영현은 96년 계약금 3억원을 받고 프로에 뛰어들었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다. 축농증 수술에다 엄지 손가락 부상, 빈혈 등과 싸우느라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했다. 그러나 이젠 어디에서도 병마를 찾을 수 없다.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부상걱정 없이 동계훈련을 착실히 해냈다. 체중도 1백45㎏에서 15㎏이나 불어 순간 파워도 늘고 부실했던 하체도 탄탄해졌다. “부상만 하지 않으면 앞으로 문제없다.” 그는 자신있게 말한다. 전문가들도 김영현이 체중을 1백70㎏까지 늘리고 경험을 좀더 쌓으면 상당기간 모래판을 평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호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