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勞使)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앞두고 내부입장을 확정하는 등 ‘전열정비’에 들어갔다. 기업들의 정리해고가 이미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시작될 올해 임단협은 예년과 달리 임금협상보다는 고용안정이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4일까지 경영계 임단협 지침을 마련, 외부 자문회의를 거쳐 28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경총의 지침은 △정리해고 요건 구체화 △순환근무제 및 무급휴직제 실시 △명목임금 동결 등 총 인건비 최소 20% 감액이 골자. 경총은 또 노동계의 요구들에 대한 실무 대응기술도 지침에 담을 계획이다. 단체교섭의 상급단체 위임 및 고용보장 요구 등이 대표적인 사안. 한국노총은 예년보다 한달 정도 빠른 이달 초에 임단협 지침을 각 사업장에 배포하고 단위사업장별로 사용자측에 교섭을 요구하기로 했다. 노총은 지침에 △기업의 해고회피 노력 의무화 △신규채용 중단 △근로시간 단축, 배치 전환, 전출시 노조와 합의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 등을 포함시킬 방침이다. 노총은 또 실업급여 적용대상 사업장을 현행 상시종업원 10인 이상에서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하고 지급수준과 기간도 상향 조정할 것을 정부에 촉구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26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임단협 일정과 방침을 확정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의 올해 임단협 방침에는 △고용안정 쟁취 △근로시간 단축 △물가상승률에 상응한 임금 인상 △노조의 경영 참가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을 위한 기금 적립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관계자들은 “경제가 어려우면 노사분쟁이 줄어드는 특성이 있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임단협 협상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정리해고 가능성이 있는 대형 사업장의 경우는 노사간에 심각한 충돌을 빚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이달 임시국회에서 정리해고 법제화가 강행될 경우 노동계가 강력 반발할 것으로 예상돼 협상 초기부터 파행을 거듭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명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