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망하더라도 고객 돈은 안전하다고 선전할 때는 언제이고 이제와서 나몰라라 하면 어쩌란 말입니까.”(60대 할아버지) “하루 하루 급전을 꾸어서 어음을 막기에도 이젠 지쳤습니다. 부도나면 누가 책임질거요?”(40대 중소기업 사장) 도산한 신세기투자신탁에 알토란 같은 돈을 맡긴 고객들은 요즘 불안 속에서 분노하고 있다. 지난해 12월19일 신세기투신이 영업정지를 당할 때만 해도 곧 원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업계 1위 투신사인 한국투신으로 계좌만 옮겨 거래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었기 때문. 그러나 신세기투신에 대한 실사(實査)결과 14만명의 고객 재산 2조8천억원 중 6천억원 이상이 회사재산으로 불법 전용된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자 한국투신 직원들이 “계좌 인계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고 1월31일로 예정됐던 재산반환 일정이 무기 연기됐다. 투자자들은 한국투신으로 몰려가 항의도 해봤지만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서 돌아가 기다리라는 대답을 들었을 뿐이다. 누가 신세기투신 고객들을 울렸는가. “첫번째는 방만한 경영에 고객돈 전용의 불법행위까지 저지른 신세기투신, 두번째는 정부, 세번째는 한국투신에 책임이 있다.”(한국투신 임원) ‘어떻게 잘 되겠지’라고 안이하게 생각한 정부와 한국투신도 잘못이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압력’에 떼밀려 총대를 멘 한국투신이 고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반사이익을 기대하며 좋아한 다른 투신사들에도 문제는 있다. 투신업계는 투신사 불신확산으로 예금인출 사태가 우려되자 뒤늦게 투신수익자 보호기금을 만들어 신세기투신 고객들에게 원리금을 돌려주기로 했지만 구체방안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 “금융기관이 신뢰를 잃으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요?”(신세기투신의 한 고객) 정경준(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