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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報연재만화 「도널드 닭」 못생겨도 인기 『캡』

입력 | 1998-02-02 19:38:00


‘도날드 닭.’ 동아일보에 연재 한달을 맞은 이우일씨(29). 그의 만화는 한마디로 ‘썰렁’하다.‘감정’을 찾아볼 수 없는 캐릭터 ‘닭’의 얼굴은 멀뚱함 그 자체. 그러나 보고난 뒤 “왜?”라는 질문이 우리를 괴롭힌다. 그래서 튄다. ‘도날드 닭’을 읽지 않으면 젊은이들과 어울리기 어려운 시대가 돼 버렸다. 불과 한달만에. “‘도날드 닭’은 문화적으로 서구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실에 대한 비꼼, 약간은 자조적 기분을 반영한 캐릭터입니다.” ‘못생긴’ 주인공, 투박한 듯 단순한 선. 강한 해학과 풍자의 메시지. ‘도날드 닭’은 포스트모더니즘의 경향을 강하게 드러낸다. 미국 포스트모더니즘의 전형으로 꼽히는 폭스TV의 인기만화 ‘심슨스’의 호머와 바트가 엮는 페이소스와 웃음을 떠올리게 한다. 그의 만화는 국내 실험성과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원조로 꼽힌다. 동아일보에 ‘도날드 닭’이 실리자 일부에서는 엉뚱하게도 다른 만화의 ‘아류’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물론 ‘도날드 닭’이 급속도로 뜨면서 이 같은 의혹은 사라졌지만. 만화계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 만화에 관한한 ‘이우일이 오리지널’이라고 간결하게 정의한다.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은 1월22일자에서 이씨와 비슷한 만화를 그리고 있는 만화가와 이씨를 비교하면서 인터넷 웹진 ‘스폰지’에 실린 만화평론가 이명석씨의 글을 인용보도했다.‘××씨 그림이 초기에 동년배 언더그라운드 작가인 이우일씨 것과 흡사해 만화마니아가 이우일작품으로 오해했다.’ 시사저널은 또 이씨가 96년7월 포스트모던한 만화 ‘도날드 닭’을 일간지에 먼저 연재했으며 월간지 ‘이브’에도 일러스트를 먼저 싣기 시작했다고 밝혔다.컴퓨터통신망인 천리안의 게시판 ‘플라자’에도 이우일의 만화가 우수하다는 의견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만화가 박재동씨의 이야기. “이우일은 요즘 인기만화 스타일의 ‘원조’라 할 수 있다. 그가 새로 개척한 영역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만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실험만화를 주도했던 이우일이 무격식과 파격성을 살리면서 신문만화를 통해 보편정서를 획득할 수 있기 바란다.” 이씨는 홍익대미대 시각디자인과 재학시절 언더그라운드의 ‘전설적’ 동아리인 ‘네모라미’의 선두주자였다. 당시 이씨와 자웅을 겨루던 닉스청바지의 CF감독 박명천씨의 얘기. “우일이의 만화가 주는 느낌은 ‘당혹감’이다. 짝사랑하던 여자선배에게 매일 만화 연애편지를 보내던 섬세함과 순수함이 만화작품에서는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파격성으로 나타났다.” 이씨의 섹스풍자작품집 ‘빨간책’(94년)은 ‘화장실 낙서’같은 선의 사용과 ‘펑크적’ 내용으로 출판을 거절당했을 정도. 결국 자비출간돼 대학생과 만화동호인 사이에서 손때가 묻을 정도로 돌려가며 읽혔다. 현재 TV 방영 중인 코카콜라CF의 그림도 이씨의 작품. 〈박중현기자〉